[사설]청년 일자리 죽이는 세력 누군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한국은행과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실업률을 올해(3.5%)와 비슷한 3.4∼3.7%로 전망했지만 이 수치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 구직을 포기하면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층(15∼29세) 실업자에 구직 단념자, 취업 준비자, 취업 무관심자까지 포함시킨 청년실업자가 올해 110만 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통계청의 공식 청년실업률 7.7%의 3배에 가까운 22.1%나 된다.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고 우선순위에 놓고 국정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균형 발전의 명목으로 차단해 놓은 수도권 투자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가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 등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풀자’(29명) ‘선별적으로 완화하자’(44명)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외쳤지만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 직역(職域) 이기주의의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고 규제완화를 계속 뒤로 미루고 있다. 예컨대 병원도 기업처럼 이익을 주주(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도를 도입해 병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는 방안이 거론된 지 오래다. 외국으로부터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는 동시에 국내 일자리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업종단체와 일부 시민단체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고 몰아세우자 정부는 미적거리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의 투자와 입주를 촉진하기 위해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고 있으나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는 2015년 말 개원 예정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국제병원 설립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진 제주특별자치도를 의료특구로 지정해 상법상 회사도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하자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했고 국회는 심의조차 못했다. 정부가 세금을 풀어 일시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일자리에 비해 훨씬 질도 좋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들이 이 때문에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기업을 상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나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를 풀지 않으면 채용 자체가 늘어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호황인 수출 대기업의 정규직 중심인 민주노총 등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고용 확대를 꺼려 청년실업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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