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림일]2000만 北주민이 휴대전화 사용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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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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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 탈북작가 ‘소설 김정일’ 저자
림일 탈북작가 ‘소설 김정일’ 저자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최근 북한에 부는 휴대전화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이 김정일 체제 유지에 위해가 되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받았다. 어느 정도이기에 열풍이라고 할까 하고 자료를 찾아봤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휴대전화 사업을 하는 이집트 오라스콤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가입자는 80만9000여 명이다. 14만3000명은 최근 세 달 사이 가입했다. 내년 초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2004년 4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의 귀국열차가 통과한 몇 시간 뒤 발생한 용천역 폭발사건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이 과히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휴대전화 사업을 묵인하는 것은 절박한 외화 때문이다. 오라스콤이 가입비, 등록비, 전화판매비, 사용료 등으로 올해 상반기 북한에서 얻은 영업이익만 5160만 달러다. 북한 당국이 외국 기업에 통상 20∼30%의 세금을 매기는 것을 감안하면 휴대전화 사업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을 거뒀다.

한 달 통화료가 1달러 미만이지만 최근 북한 암시장 환율은 1달러에 북한 돈 4000원가량이므로 일반 근로자의 두 달 치 봉급에 해당하는 고액이다. 보통 주민은 꿈도 못 꾸는 사치품이다. 주 고객은 김정일 체제 핵심계층인 당과 국가의 간부, 외화벌이 일꾼, 고위층 자녀, 시장의 상인이며 돈만 있으면 누구나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사진, 문자,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다 높은 생활문화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정보유통의 혁명으로 시장의 활성화, 즉 자본주의 생활방식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우리처럼 국제전화 기능까지 갖춘 전화가 아닌 북한 내부에서만 터지는 국내용이다. 물론 당국의 도청 또한 가능하지만 가입자들은 일상의 어떤 대화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다른 점이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관습이 있는데 그것은 일생 동안 김정일과 정부 비판, 종교 찬양 등을 전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 자체가 매우 위험한 요소라는 것을 잘 아는 그들이다. 북한에서는 주민이 가장 가까운 친구라도, 심지어 식구들과도 비판이 담긴 정치적 발언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들은 태아 때부터 김정일에 대한 감사를 안고 출생하니 모두가 모태 김정일 종교인들이다. 어렵게 이해할 것도 없다. 남한 종교인들이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성경의 하나님은 미친 ×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산다. 교회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거나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열풍을 넘어 폭풍으로, 북한 주민 100만 명이 아니라 2000만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해도 김정일 체제에 절대 암초가 되지 않는다. 쉽게 비교하자면 2000만 마리 개가 휴대전화를 가진들 국가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림일 탈북작가 ‘소설 김정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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