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택동]비자 부정발급…공금 횡령…끊이지 않는 해외공관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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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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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정치부 기자
장택동 정치부 기자
주중 대사관의 총영사 A 씨는 지난해 6월 중국에서 일하는 먼 친척에게서 중국인 3명의 비자 발급을 부탁받았다. A 씨는 담당 직원에게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직원은 중국인들의 신원이 불확실하고 초청한 회사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재검토를 지시했고 담당 직원이 이를 다시 거부하자 친척과 직원이 면담하도록 주선했다. 결국 비자는 발급됐다. A 씨는 그 뒤에도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중국인 6명에게 추가로 비자가 나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렇게 국내로 들어온 9명 중 2명은 강제 퇴거됐고 7명은 불법체류 중이다. A 씨는 “직원에게 비자를 반드시 발급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했지만 감사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과 공무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영사업무 및 공직기강 취약 공관 특별점검 감사 결과를 보면 해외공관은 ‘감사 무풍지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베트남 대사관과 주호찌민 총영사관에서는 불법체류 및 위·변조 여권 사용 혐의로 입국이 금지된 8명에게 사증을 발급해주는 등 감사원이 적발한 부적격자 비자 발급 사례는 436건에 이른다. 전체 156개 공관 중 19개만을 대상으로 최근 2년간의 비자 발급을 점검한 결과가 이 정도다.

외교통상부 외에 다른 기관 소속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비리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주우즈베키스탄 한국교육원장 B 씨는 지난해 12월∼올해 4월 관서운영비 3552달러(약 400만 원)를 무단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우즈베키스탄센터장은 집행한 금액의 환율을 속여 4579달러를 가로챘다.

해외에 나간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가 적발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 2월 검찰은 2억여 원의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전 주키르기스스탄 한국교육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도 부정한 비자 알선을 매개로 시작된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져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형 비리로 발전했다.

해외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은 현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그동안 직원들의 기강 해이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해 왔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중한 문책을 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면 이제 국민이 관용하지 않을 것 같다.

장택동 정치부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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