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전 대표는 안 나오고, 洪 체제는 무너진 한나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의 어제 전격 사퇴는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이끌어내 당의 조기 쇄신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다. 그러나 홍 대표가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하고, 의원총회에서도 재신임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3인의 반란’이 즉각 지도부 와해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이미 입은 홍 대표가 언제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 대표 체제 붕괴는 사실상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꾸준한 지원 덕분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가 피력한 쇄신의 방향은 선(先) 정책 쇄신, 후(後) 정치 쇄신이었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하더라도 당을 깨는 것에는 반대했다. 홍 대표가 “예산국회가 끝난 뒤 정치 쇄신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나 “재창당할 수 있는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박 전 대표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홍 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과감히 외부에서 ‘새 피’를 수혈한 재창당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재창당 시한도 내년 2월까지라고 못 박았다.

이 정도의 리모델링을 당 구성원들이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로 당을 만드는 재건축 식의 재창당을 주장한다. 미래희망연대와 자유선진당, 박세일 한반도재단 이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대(大)중도신당 등 외부의 중도 및 보수 세력과의 통합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다. 5년 전 열린우리당의 일부 인사가 선도(先導) 탈당해 다른 당의 탈당 인사와 시민사회세력을 끌어들여 신당을 만든 뒤 나중에 잔존한 열린우리당과 합당 절차를 거친 재창당 방식을 원용(援用)하자는 이들도 있다. 한나라당 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렸지만 ‘재창당을 위한 재창당’이 국민에게 얼마만한 감동을 줄지는 모르겠다.

쇄신의 방향에 확실한 공감대가 모아지지 않으면 개별적인 탈당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상태에서 홍 대표 체제가 사실상 무너진 ‘리더십 공백상태’를 오래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가장 중요한 쇄신의 포인트는 당의 간판과 노선, 정책, 인물에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고는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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