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밥 다이아몬드]“은행은 선한 기업시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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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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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 CEO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 CEO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미국 백악관 수석경제자문위원이 대뜸 “은행이 선한 기업시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렇다”라고 하려는 순간 “만약 그렇다고 답변할 참이라면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그가 한 말에 대해 여러 번 심사숙고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공공 및 사적 부채로 인한 영향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가계까지 지출을 삭감하고 이에 대한 시민의 감내 정도에 따라 사회적 불안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은행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에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다. 특히 은행이 역할을 다하려면 지난 3년간 금융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로 땅에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은 금융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좀 더 건실하고 효율적인 기업시민이 돼야 한다.

민간부문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은행은 이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은행은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해 왔다.

은행의 신뢰는 개인과 기업, 정부로부터의 예금이 그 기반이다. 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통해 정부와 기업이 글로벌 부채 및 자산 구매자를 접촉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부는 이를 은행의 투기적 거래로 규정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이는 고객의 핵심적인 니즈에 부응하는 활동이기에 ‘도박’으로 희화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안전하고 건실해야 한다. 강력한 규제를 기반으로 다시는 부실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납세자의 세금이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은행은 아직도 광범위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악화되고 있는 유로존의 금융위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 사람이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변화를 믿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은행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좀 더 나은 기업시민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와 정직을 기반으로 은행의 모든 의사 결정에서 고객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기업의 사회적인 목적은 수익 증가’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은행은 단기적인 수익이 아닌 지속적인 주주의 가치 창출을 통한 수익 증가를 꾀해야 한다. 이는 은행권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되며 은행은 고객과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의 이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은행은 연기금을 포함한 주주와 고객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균형 있게 실행해야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3년 전 백악관 수석경제자문위원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은행은 반드시 선한 기업시민이 돼야 한다”이다. 물론 이를 바로 체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은행은 이런 방향으로 첫발을 내딛고 있으며 결연한 의지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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