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인준]소득세 안 내는 사람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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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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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준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양인준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언론 매체들은 과세당국 자료를 인용해 작년 기준으로 근로자와 자영업자 10명 중 4명꼴로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다고 보도했다. 요지는 그런 상황을 볼 때 우리 소득세제에는 구멍이 난 것이나 진배없고 향후 복지수요 확대문제도 있으니 세제를 손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중요 변수로 복지문제가 사회 전면에 부상했고 실제로 복지수요가 늘어날 공산이 큰 점 등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근로자 공제혜택 줄여 면세점 낮춰야

재정수요 대부분을 조세를 통해 마련한다는 뜻에서 오늘날 우리나라도 조세국가다. 따라서 복지정책을 포함해 어떤 국가정책이든 결정 과정에서 재원 확보를 위한 고려는 필수적이다. 재정적 뒷받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책 결정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책수혜자가 국민임을 떠올린다면 굳이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세금문제는 실제적이고 또 중요하다.

우선 근로자의 소득에 적용되는 공제혜택을 줄여 면세점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이 납세의무를 지게 하자는 주장을 보자. 이것은 문제 원인을 현행 소득세법상 각종 소득공제제도에서 찾은 셈이다. 이 주장은 일단 경청할 가치가 있다.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각자 자기이름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야 세제의 경제조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 각자 이름으로 세금을 낸다는 건 국가의 정치적 통합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면세점 이하 과세소득자인 국민에게는 세법 지도이념인 공평과세 관념이 애초 들어설 자리조차 없다는 점을 봐도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면세점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부자에게 그만큼 누진세를 내야 공평하다고 말하려면 그 반대로 정말 가난하다면 그만큼은 세금을 안 내도 좋다고 말해야 역시 공평한 까닭이다. 결국 어느 정도 수준에서 면세점을 설정하는 것이 옳으냐가 진짜 문제이고 앞으로 합리적 토론과정을 통해 해명될 필요가 있다.

사업소득자인 자영업자 중 절반가량이 면세점 이하 과세소득자로서 소득세를 안 냈다는 비판은 어떤가. 자영업자의 실소득 파악률 자체가 근로자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게 문제다. 한때 자영업자와 근로자 사이의 실소득 파악률 차이를 전제로 양쪽의 세 부담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 쪽 공제제도가 한층 더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 방안은 얼핏 공평해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자영업자의 탈세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공법은 못된다.

바른 대응방법은 자영업자 소득을 적절히 파악할 수 있는 별도 세무행정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도입된 영수증복권제도나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제도가 자영업자 소득을 양성화하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과세당국은 실소득 파악률 제고에 성공했다고 보고 이들 제도를 폐지·축소하는 모양새다. 그 탓에 다시 과세소득이 은닉될 우려가 없는지 신중히 살필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소득 파악위해 대책 강구를

약간 다른 문제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연예인이나 전문직 종사자 등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 곧 과세소득 파악문제는 앞선 면세점 이하 자영업자의 경우와 본질이 같다. 적게 벌었든 많이 벌었든 공평과세가 관철되려면 누가 얼마나 벌었나를 파악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 까닭이다.

근본적으로는 납세의무에 대해 납세자 자신과 변호사 등 세무대리인이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싶다. 조세는 국가의 존재기반이다. 그 때문에 징세는 국가주권 행사이며 그만큼 엄중하게 집행될 규범적 기반을 갖는다. 미국에서는 탈세로 징역형이 선고되는 예가 적지 않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돈 좀 안 냈다고 교도소에 가야 하다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물론 형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세금에 대한 근원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인준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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