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 1조 달러 시대, 내수도 키워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우리나라가 어제 사상 처음으로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 시대를 개막했다. 통관 기준으로 어제 오후 3시 반까지 수출액이 5153억 달러, 수입액이 4855억 달러를 기록해 합계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우리가 9번째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무역의 저력이 확인돼 감개무량하다.

‘무역 1조 달러 클럽’ 8개국 중 영국 이탈리아는 지난해 1조 달러에 미달했다. 한국도 현재의 위치에 안주해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세계 최고 상품을 만들기 위해 원천핵심기술 확보, 디자인 혁신으로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 휴대전화 등 6대 주력 품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 육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수출은 연평균 15% 가까이 증가한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4∼5% 증가에 그쳤다. 올해부터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민간소비의 비중을 추월했다. 경제성장을 통해 얻어지는 부가가치가 수출대기업에 편중되는 반면에 국민의 실질소득 증가는 정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역의존도(수출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지난해 85%, 올해 초 97%로 높아 해외 변수에 따른 경제의 출렁거림도 커졌다.

수출 위주의 내수부진형 산업구조가 장기화하면 국민의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체감 구직난도 심해진다. 과거처럼 ‘수출 호조→투자 및 고용 확대→소비 증가’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2002∼2007년 둔화하다가 2009년에는 마이너스(일자리 감소)였고 2010년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

내수 경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해외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국내로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행정규제를 대폭 풀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막걸리 세계화도 정부가 세금을 써서 이룬 것이 아니라 유통관련 규제 완화로 다양한 제품이 개발된 덕택에 이뤄졌다. 서비스산업의 혁신을 통해 내수 확대,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으로 가야 한다. 수출과 내수 양쪽이 모두 강해야만 국민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고루 향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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