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경준]자발적 시간제 근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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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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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7월부터 시작된 이례적 고용 증가세에 대한 해석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례적이라면 현재의 고용 증가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성장을 하면 자동으로 고용이 증가하여 성장이라는 수요의 측면이 고용을 결정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의 고용 증가는 올해 4% 미만의 성장률 전망을 고려할 때 수요 측면의 요인이 아니라 노동 공급의 측면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금번 고용 증가의 상당 부분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새롭게 노동시장에 참여한 시간제 근로자에 기인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고용 대박이냐 쪽박이냐의 해석이 갈리고 있다. 대박의 견해는 일자리가 이렇게 많이 증가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쪽박의 견해는 시간제 근로자는 비정규직으로 고용의 질이 낮은 일자리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지만 선진국의 경험을 가지고 미래를 통찰한다면 금번의 고용 증가는 적어도 쪽박은 아닌 대박에 가까운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한 가구에서 남성 가장이 일을 하고 부인과 아이들을 부양하는 남성 외벌이형(male breadwinner) 모형의 전형적 국가다. 금번의 고용 증가세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 가구 내의 노동 공급 모형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남성 외벌이형에서 남성은 전일제로 일을 하고 여성은 시간제로 일을 하는 ‘1.5인 맞벌이 모델’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시간제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고용의 증가는 일시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시간제 근로의 증가에 대해 고용의 질이 낮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시각만을 계속 견지한다면 미래 고용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된 네덜란드는 근로자 10명 중 7.5명이 이런 형태로 고용돼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명 중 6.4명이 시간제 근로자다. 그러나 전일제로 환산한 고용률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보다 조금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적은 인원이 장시간 일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미래 일자리 창출은 장기간 근로의 단축과 가사와 일의 병행을 위한 시간제 근로자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금번의 고용 증가세가 쪽박이 아닌 또 다른 근거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가 소폭이지만 개선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의 소득 분배 개선은 정부의 적극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금융위기로 인한 상류층의 타격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에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난해 소득 분배 개선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요인은 저소득층 가구원의 노동 공급의 증가로 최근 분석되고 있다. 즉 빈곤 가구의 경우 가구 내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빈곤층의 비율이 감소되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단시간 근로의 증가는 개인으로 보면 전일제 근로자보다는 낮은 임금을 받지만 가구 단위로 보면 가구소득을 높여 분배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일자리 창출의 관점에서 고용 형태와 근무 형태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현재의 고용 증가세가 완전한 대박이 되기 위해, 또 자발적인 시간제 근로자 증가를 위해 그들에게 사회보험 가입 등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이 없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간제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는 현행의 고용형태 분류를 개선하여 시간제 근로자는 무조건 고용의 질이 나쁘다는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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