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화로 빗나간 노동운동이 脫노조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이 작년 말 현재 9.8%로 집계돼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가장 낮았다. 경찰관 등 노조 가입이 금지된 일부 공무원을 제외한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노조 가입자 비율인 노조 조직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진 것은 처음이다. ‘노조 조직률 10% 붕괴’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지속된 탈(脫)노조 현상을 가속화하는 변곡점(變曲點)이 될 수도 있다.

노조 가입이 가능한 전체 근로자 수는 지난해 말 168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60만8000명이 늘었다. 그러나 노조원 수는 전년보다 3000명 증가한 164만3000명에 그쳐 노조 조직률은 2009년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0여 개국 중 노조 조직률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프랑스와 터키 두 나라밖에 없다.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노조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는 근로자가 줄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개인적 실력에 기반을 둔 성취 욕구가 강하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위주인 기존 노조에 가입하기 어렵다. 기업의 적극적인 인사관리 정책으로 근로자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해결 통로도 늘어났다. 이러한 점들이 노조 가입률 감소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구조 및 고용형태 변화에 따른 노조의 위축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기존 노동운동권의 정치화나 이념화에 따른 빗나간 노동운동 행태는 우리나라에서 탈노조 현상을 가속화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노조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원은 2005년 9만3000명에서 작년 33만4000명으로 3.6배로 늘었다. 반면 한노총 조합원은 77만1000명에서 72만8000명으로 5.6%, 민노총 조합원은 62만7000명에서 58만 명으로 7.5% 줄었다. 일부 한노총 지도부가 선거철에 이 정당, 저 정당 기웃거리며 ‘정책 연대’를 명분으로 정치적 자리를 기대하는 행태나, 민노총이 걸핏하면 외부의 급진 정치사회세력과 손잡고 과격한 투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근로자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노조 가입은 필수요건이 아니라 개인의 이해와 성향에 따라 선택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노동단체가 시대의 추이를 무시하고 구태의연한 노동운동에 집착한다면 갈수록 산업현장에서 외면을 받을 것이다. 근로자 권익 보호와 노사 상생(相生)에 관심을 가진 노조라야 근로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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