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광형]질문과 칭찬이 창의성 길러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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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우리는 모두 자녀들이 인생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언제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마 내년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대체로 성인이 돼 나이 마흔 정도에 이르렀을 때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이번에 수능시험을 본 학생들의 경우 20년 후의 일이다. 2030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2030년을 내다볼 수 있는가. 아니다. 단 10년도 정확히 내다볼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그때 가면 별로 쓸모없어진다. 결국 미래의 주인공은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생각을 하고 적응해 나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즉 성공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을 분석해 보면 약 30%가 유대인이다. 지구상에 유대인은 15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으니까, 전체 인구 70억 명의 약 0.22%에 해당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 0.22%의 민족이 30%의 노벨상을 받는 것일까. 문득 생각해본다. 유대인은 특별히 창의성에 관련된 유전자를 타고난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유대인은 모계(母系)를 통해서 민족의 정체성이 유지 보존된다. 부모 중에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자식도 유대인이 된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대인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유전자는 무작위로 섞이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어머니의 유전자만 계속 보존돼 자식으로 전달될 수 없다. 따라서 유대인이 특별히 창의성에 관한 유전자를 타고난다고 볼 수 없다.

유대인이 노벨상 30% 받은 이유

유대인 친구를 만나서 물어봤다. 그 자신도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정에서 어려서부터 ‘질문’을 많이 하고 자기주장을 명확히 말하며 토론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다. 가정에서 부모와 토론을 많이 했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하라고 ‘격려’ 받았다고 말한다. 유대인 교육의 교본인 탈무드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한다. 결국 유대인에게 노벨상을 많이 안겨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탈무드 교육인 셈이다.

교육이란 타고난 재능을 발굴하여 개발하는 것이다. 타고난 것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노력으로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대인처럼 질문을 많이 하고 토론을 하면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칭찬’을 받으면 자꾸 반복하고 싶어진다. 이와 같이 반복하게 되면 습관이 되고 저절로 창의성이 늘어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자녀들과 학생들에게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칭찬을 받으면 더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바꾼 인물들은 뭔가 남다른 면이 있었다.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은 특이한 행동을 보였던 사람들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게이츠도 컴퓨터에 빠져 성장기를 보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스티브 잡스의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모두 이해하고 지원해 주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비디오아트의 백남준도 예외가 아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주위에는 창의성을 길러준 환경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틀에 박힌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행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질문’과 ‘칭찬’이 창의성을 길러 준다는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남의 자식의 창의성 문제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자녀가 당사자가 됐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자녀가 시험공부는 하지 않고 이상한 일에 몰두할 때 참고 지켜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가 성적이 떨어질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자녀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참으로 인내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때 초조하게 다그치면, 자녀와 부모 사이에 엇박자가 나서 삐틀어질 위험성이 있다. 어느 부모의 성공담이 기억난다. 자녀가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 다른 일에 빠져 있을 때 지켜보며 격려해 주었더니,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아 이제는 열정을 쏟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성공의 열쇠는 부모의 ‘인내심’과 격려다.

자녀의 남과 다른 점 격려해야

오늘의 시험점수는 자녀가 성공할 20년 후에 비추어 보면 아주 하찮은 것이다. 그 대신 질문을 하고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자녀들을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자녀를 창의적인 인물로 키우는 방법이고 성공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이다. 이제 부모들은 모두 ‘칭찬’하는 습관을 가지자. 대한민국은 질문과 칭찬으로 ‘창의국가’가 될 것이다. 저절로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고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도 나올 것이다.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kh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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