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창현]고금리 출혈경쟁의 늪에 빠진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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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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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금융시장은 제조업 시장과 달리 가격이 수시로 변하고 이로 인한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 이러다 보니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근거 없는 소문에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주가가 적정 수준 이상 오르거나 떨어지는 오버슈팅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그뿐인가. 많은 사람이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예상해 주식을 사들이면 실제로 주가는 오른다. 예상이 실현되는 속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예상을 자기실현적 예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속성을 거꾸로 이용하려는 세력들까지 덤비면 시장은 참으로 복잡해진다.

이처럼 어려운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쏠림 현상이다. 일례로 은행 상황이 나쁘다는 소문이 돌면 예금자들은 한꺼번에 은행으로 뛰어오고 동시다발로 예금이 인출되는 경우 은행은 문을 닫게 된다. 저축은행사태 때 관찰된 뱅크런 현상이다. 펀드시장도 마찬가지이다. 펀드상품에 대한 환매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면 주식을 대규모로 팔면서 금융시장은 엉망이 된다. 바로 펀드런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회사 사이에서 반갑지 않은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을 망라해 고금리 상품 판매가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의 경우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평균은 3.65% 정도였는데 은행권 금리는 약 3.86%, 저축은행은 4.59%, 상위 3개 보험사 공시이율은 무려 4.95%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국고채는 3.72% 정도로 작년 대비 0.07%포인트(7bp) 정도 오른 데 비해 은행 수신금리는 4.19%로 0.33%포인트, 저축은행 금리는 0.41%포인트 각각 올랐다. 금리가 높았던 상위 3개 보험사는 5.02%를 제시해 0.07%포인트 상승에 그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운용한 후 고객에게 약속된 부분을 지급하고 남는 부분은 자기 몫으로 챙긴다. 문제는 고금리로 자금을 유치하면 더 높은 수익을 내야 하며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는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고수익은 곧 고위험이다. 이로 인해 심지어 송금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인상해 운용 손실을 메우려고도 하고 위험한 자산을 대상으로 자금을 운용해 건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고금리 유치를 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당장 외형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식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과열된 움직임의 부작용은 상당하다. 특히 그중에서도 고객 자금을 장기로 운용하는 보험사들의 경우 고금리 제시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크다. 만일 저금리 상황이 오는 경우 장기간 역마진이 심화하면서 회사의 건전성이 하락하고 심한 경우 파산 위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그 후폭풍으로 인해 올 하반기 세계경제는 매우 힘들어지고 있고 실물경기가 침체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 성장률이 낮으면 금리는 저금리 기조로 갈 수 밖에 없고 최소한 높아지기는 힘들다. 상황이 이러한데 고금리로 자금이 조달되고 나면 그 여파는 대단히 클 수가 있다. 금융회사 간 연계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전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들 스스로 흐름을 바꾸기 힘든 현 상황에서 과열된 움직임을 일단 차단하려면 사이렌을 울리고 경계경보를 발령해 차들이 한꺼번에 멈추도록 하는 식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제시하는 금리의 결정체계에 대한 규제는 잘 작동하고 있는지, 고금리 경쟁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규제나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적절한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에서의 지나친 쏠림을 조기에 막는 것이야말로 금융위기 이후 논의되는 거시건전성(Macro Prudential) 감독을 실천하는 올바른 방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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