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학규 대표, 정대철 고문한테서 민주주의 배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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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관련해 “국민 토론을 거쳐 내년 4월 19대 총선에서 묻든지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FTA 비준 동의가 국민투표 사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여러 나라들과의 FTA는 제쳐두고 유독 한미 FTA에 대해서만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손 대표가 성사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야권 통합을 의식한 꼼수로 비친다. 5개 야당 대표는 한미 FTA 저지를 야권 연대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손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한미 FTA 비준에 협조한다면 자신이 구상하는 이른바 ‘민주진보 통합정당’을 연내에 가시화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이를 가장 걱정하는 듯하다. 민주당은 2일과 3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연이어 열었으나 대부분의 시간을 야권 통합이나 전당대회 문제 논의에 할애했고, 한미 FTA는 안중에도 없었다. 국가보다 당, 그것도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행태가 역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개방은 세계적 대세고, 개방을 안 한 나라 중에는 잘사는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저서에서 한미 FTA 타결의 일등공신으로 당시 이해찬 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꼽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인 한미 FTA를 계승하기는커녕 짓밟으려 한다. 국회의원이 87명인 제1야당이 6명뿐인 민주노동당의 2중대 노릇이나 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침묵하고, 유 전 장관은 태도를 확 바꾸었다.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은 그제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당당히 (한미 FTA) 표결에 응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한미 FTA 협상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하고 타결됐다. 비준동의안에 대한 국회 끝장토론도 마무리됐다. 여론도 찬성이 60%에 이른다. 정 고문은 “요즘 민주당을 보면 스스로 죽는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노 정부는 일부 극렬 좌파세력과 충돌하면서도 한미 FTA 협상을 성사시켰다. 정 고문은 “민주당이 가져야 할 대원칙은 수권정당,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가 정 고문의 바른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는 큰 정치인이 되기는커녕 야합 정치꾼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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