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경희]‘등록금 뻥튀기’ 대학, 학부모는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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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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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대학 등록금에 대한 감사원의 대대적 감사 결과가 3일 나왔다. 35개 대학이 지출은 부풀리고 수입은 낮춰 잡는 방식으로 연평균 187억 원의 등록금을 과다 책정했다는 것이 발표의 뼈대였다.

감사 결과를 기다렸던 기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학 등록금의 거품이 사실로 입증됐지만 평균치만으로는 어느 대학이 얼마나 올려 받았는지 알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적정 등록금 수준도 제시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설립자와 총장의 교비 횡령, 입시 부정 등 비리를 수십 건 밝혀냈고 그중 94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마저 했지만 해당 대학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표본감사를 하지 않은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학교에 대한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학생과 학부모로서는 불만과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명신대(전남 순천)와 성화대(전남 강진)를 보자. 두 대학은 요즘 다른 곳처럼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하는 중이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실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감사에서 설립자의 교비 횡령 및 부실한 학사운영 실태가 실명과 함께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두 대학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폐교 직전의 상황인지 모르고 원서를 넣는 지원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대학의 등록금 인하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개별 대학의 문제를 직접 공개하지 않고, 등록금 인하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등록금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의 주요 사립대는 정부의 감사에 계속 불만을 나타냈다. 연세대는 감사원의 감사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이에 앞서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개선을 건의했다. 감사원이 실명을 공개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는 “대대적 감사를 벌인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결과를 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 대학의 실명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정히 감사결과에 대한 대학의 실명을 밝히기 어렵다면 검찰에 수사의뢰한 94명의 혐의라도 명명백백하게 밝혀 학부모와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기 바란다.

이경희 교육복지부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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