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中외국인 보험가입 의무화, 담당자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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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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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특파원
이헌진 베이징특파원
“외국인은 실직하면 비자가 취소되는데 실업 보험료를 내야 하나?”(외신기자)

“나도 비자나 직업담당 부서에 정말 물어보고 싶다.”(중국 정부 담당자)

“그게 말이 되나? 당신도 모르나?”(외신기자)

“나도 모른다.”(중국 정부 담당자)

10월 28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개최한 외신기자 브리핑의 한 장면이다. 중국 정부는 10월 15일부터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주재원들에게 양로보험(국민연금)과 실업보험(실업급여), 의료보험(질병치료), 공상보험(산재보험), 생육보험(출산비 보조 등) 등 5대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지역별, 개인별로 비율은 다르지만 모두 합하면 급여액의 50% 안팎을 외자기업과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부담한다. 갑작스러운 상당한 액수의 비용 증가에 반발이 잇따르자 이날 주무부처인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외신기자에게 제도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쉬옌쥔(徐延君) 사회보장사업관리중심 부처장은 모두 발언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권익을 위한 것으로 국제관례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특히 양로보험과 실업보험에 질문이 집중됐다. 한 외신기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양로보험을 들면 중국 정부는 어떻게 혜택을 줄 거냐. 혜택을 받기 위해 퇴직 후에도 계속 중국에 머물러야 하나”라고 물었다. 양로보험은 15년 이상 납부해야 하고 60세 이상이어야 혜택을 받는다.

여러 외신기자들은 “내가 만일 직장을 잃는다면 실업보험 혜택을 어떻게 받느냐”고 물었고 쉬 부처장은 “나도 알고 싶다”고 답했다. 또 “중국의 입법 과정은 서방과 차이가 있다”며 “중국은 먼저 국가가 법률을 만든 뒤 각 유관 부문이 세칙을 만들고 다시 지방정부에 가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기자들은 “돈은 미리 걷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쉬 부처장은 어느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믿어 달라. 중국 정부는 책임감 있는 정부다. 권리와 의무가 같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제관례를 강조했지만 한국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는 귀국 때 국민연금 납부액을 대부분 돌려받는다. 실업급여의 경우 아예 외국인 노동자는 임의가입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날 브리핑은 중국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사회보험 의무가입 조치가 얼마나 졸속으로 실시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한 현장이었다.

이헌진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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