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무사의 불법 민간인 사찰 악습 반드시 도려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국군기무사 광주와 송파지역 기무부대 요원 4명이 조선대 기모 교수의 e메일을 해킹한 사건에 연루돼 군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어제 국방부 조사본부는 “기무사 요원들의 기 교수 e메일 해킹은 기초자료 수집 과정에서 범법 행위를 통한 과도한 수집행위가 이뤄진 것”이라며 불법 행위를 인정했다. 수사기관의 e메일 해킹은 도청과 마찬가지의 공권력 범죄에 해당한다.

국방부는 통신 자료, 관계 서류, 결재 시스템 등을 수사한 결과 지역 기무부대의 윗선이나 기무사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발표로 이번 사건에 관해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개인적인 범죄라고 하더라도 기무부대가 지휘 감독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 기무부대 요원이 지난해 5월 공군대학 전임교수의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보도된 뒤 상무대에서 강의하는 기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기초자료 수집에 나섰다. 이 요원으로부터 자료 수집을 부탁받은 다른 요원들은 인터넷 해킹 수법을 동원해 기 교수의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파악한 뒤 각종 자료를 내려받았다. 일각에서는 헌병대가 기 교수 e메일 불법 해킹 사건을 경찰에서 이첩 받고도 한 달 가까이 늑장 수사를 함으로써 문제의 요원들이 자신들의 e메일 계정을 폐쇄하며 증거를 인멸하도록 방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군 수사기관인 기무사는 민간인이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에 관련된 경우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기무사가 민간인 수사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려면 경찰과 공조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무리 중대한 간첩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라도 적법 절차를 피해갈 수는 없다. 기무요원들이 해킹 수법을 동원해 설사 유력한 증거를 수집했더라도 불법행위에 의한 증거 수집을 인정하지 않는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원리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것은 기초 상식이다.

기무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대는 물론이고 민주화 이후에도 심심찮게 민간인 불법 사찰로 물의를 빚었다. 이번 사건은 기무사가 아직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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