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금순]北, 이산가족 상봉에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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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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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형편이 허락하는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산가족 재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새로운 국면으로 진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009년과 2010년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이 한 차례씩 이루어졌으나 올해는 아직까지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협의조차 추진되지 못했다.

희망자 8만여명 고령화 심각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가족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현재 12만8615명이다. 이 중 37%인 4만7907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생존 이산가족도 90세 이상이 6.6%, 80세 이상이 43.6%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봉을 희망하는 가족관계를 보면 부부 부모 자식 비율이 46.5%, 형제 자매 동생이 39.8%로 나타났다. 상봉 희망 생존자 8만708명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분들이 살아있는 동안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소식을 주고받으며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을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

지난봄 필자는 달항아리와 한글 작품 등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 세상을 전하는 작가를 만났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강익중 작가의 꿈은 임진강 위에 ‘꿈의 다리’를 놓는 것이다. “자식과 부모를 가른 한 많은 임진강 위에 꿈의 다리를 세우는 것이다.” 작가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들의 꿈을 담은 작은 그림들이 다리를 이루는 벽돌이 되고, 우리 모두의 염원이 다리를 받드는 버팀목이 되는 세계 최초의 떠 있는 미술관을 꿈꾸고 있다. 한 어린이는 함경도에 계신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그림에 담았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자 하는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휴대전화로도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실시간 영상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시대에 남북한 이산가족들은 가족을 지척에 두고도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산가족들의 애끊는 사연들을 더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덜어 주기 위해 적십자사 간 협의를 재개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산가족 문제가 정치 안보와는 별개의 인도주의 사업이지만 당국 차원의 협의와 결단이 필요한 사안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남북한 구성원 모두가 존엄과 자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공동체 형성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남북으로 헤어진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가 생사조차 모르고 살아가야만 했던 아픈 세월을 이제 더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내 부모, 내 형제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혹은 다른 이유를 들어 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생사 확인부터 빨리 이뤄져야

남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더욱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해야만 한다. 금강산에 건립된 이산가족면회소는 본래의 취지대로 이산가족들의 상시 상봉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들의 전원 상봉이 어렵다면 상봉 신청자 전원에 대한 생사 확인만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북한적십자회도 남측 이산가족과의 상봉을 희망하는 신청자들을 접수해 대한적십자사에 생사 확인을 의뢰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절차 및 소요 재원 등 남북 적십자사 간 실질적인 협의를 위한 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임진강 ‘꿈의 다리’에서 남북으로 헤어져 살던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들이 함께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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