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을 格下하는 역사 집필진의 정체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국사편찬위원회 산하 역사교과서집필기준개발진(기준개발진)이 2013학년도부터 중학교에서 사용할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 안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해칠 기준들이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 받은 사실에 유의한다’는 내용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부분을 삭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1948년 5월 남한의 총선거는 유엔의 감시 아래 실시돼 국제적으로 합법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감시단의 입국 자체를 거부했다. 유엔이 한국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북한이 6·25 남침전쟁을 일으키자 유엔이 즉각 유엔군을 파견해 한국을 도운 것도 한국 정부를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인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기준개발진은 “한국 정부는 남한 지역의 합법정부이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삭제를 결정했다. 이들은 1948년 12월의 유엔 결의안 제195호 가운데 ‘한국 정부는 선거 감시가 가능했던 지역의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된 합법정부’라고 표현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유엔 결의안의 전체적인 의미와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준개발진은 대한민국을 격하(格下)하고 북한을 또 다른 합법정부로 규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필기준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의 시련 부분에서 ‘독재정권’을 시련의 원인으로 명시하면서 ‘북한의 위협’은 빼놓은 것은 형평성을 의심케 한다. 집필기준이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독재로 규정해 버리면 교과서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업적과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부흥 공적은 제외되거나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기준개발진은 국사학계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됐다. 국사학계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8월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변경하자 집단 반발했다. 북한이 내세우는 인민민주주의 등 억압 체제를 가리려는 목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악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뜻으로 바꾸자는 취지인데도 이들은 “반공 용어”라고 강변했다. 국사학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이번에 내놓은 집필기준에서도 대한민국에 대한 반감과 친북 편향성을 드러냈다. 교과서 좌편향의 근본 원인은 국사학계 내부에 있다. 국사학계는 ‘대한민국 정체성과 정통성을 제대로 살리는 역사교과서’를 제작하는 데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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