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선 후 보상’ 후보 거래 순창에서만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10·26 전북 순창군수 재선거 출마자들이 후보 사퇴를 놓고 흥정한 대화가 담긴 녹취록은 후보 간 뒷거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퇴하는 쪽이 요구하는 보상은 인사권 안배와 선거운동 비용 보전이다. “(인사권의) 3분의 1이 됐든지. 내가 인심을 쓸 수 있도록(해 달라)”이라는 조 씨의 요구에 이 씨는 “오케이. 내가 남자답게 3분의 1 권한을 줄게”라고 선뜻 수락한다. “2년 동안 다섯 개를 썼는데 두 개는 보상해 달라”는 제의에는 절반은 당장, 절반은 선거 후에 주기로 합의한다. 이렇게 후보를 매수하고 금품을 뿌려서 군수에 당선되면 그 돈은 어디서 채울 것인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임기 중 매관매직(賣官賣職)이나 공사 발주와 관련한 뇌물수수로 줄줄이 구속되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대화록의 이, 조 씨는 20일 후보 매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일이 순창군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사퇴한 진보 성향 경쟁 후보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의 재판(再版)이다. 선관위 고위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은밀하게 입을 맞추면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후보 매수가 선거판에 상당히 만연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후보 매수는 유권자들이 한 표로 행사하는 민의(民意)를 왜곡하는 범죄 행위다. 순창군 사건에서 후보 자리를 사고판 두 사람은 준법의식이 투철해야 할 감사원과 교육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 낯이 뜨겁다.

후보 매수가 은밀히 거래되는 범죄라면 후보 단일화는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정치적 색깔이 다른 정파끼리 선거 때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자리를 나누는 이면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작년 6·2 지방선거 때도 많은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가 있었다.

선거경쟁자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된 이 후보는 혐의를 부인하며 옥중 출마를 벼른다고 한다. 곽 교육감이 구속되고 나서도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무죄를 강변하는 태도에서 한 수 배운 모양이다.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기소 후 당선무효 형을 받으면 순창군은 또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각종 선거 관리에 들어갈 세금은 고려하지도 않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출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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