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수렁에 내던져진 북핵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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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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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2주 전 취임한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번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만 쳐도 3번째다. 6자회담이 2003년 8월에 시작됐으니 전임자 5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20개월에 불과하다. 북핵 해결이라는 중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 만든 중요한 직책임에도 고위 외교관들이 잠깐 머물다 더 좋은 자리로 영전하는 자리처럼 돼버렸다.

6자회담 대표 너무 자주 바꾼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차관급이어서 공직자에게는 재임기간에 관계없이 큰 영예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은 다르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자주 교체하니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기가 부족한 것으로 비친다. 말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면서 협상 책임자를 수시로 바꾸는 정부가 미덥지 않은 것이다.

3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한테서 어떤 제의를 받으면 의미와 노림수를 중국과 미국 수석대표에게 설명해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자랑처럼 얘기한다. 6자회담은 그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면 나머지 5개국의 전략과 수석대표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수석대표를 자주 바꾸면 이런 기

리비아 사태는 북한의 핵 집착을 부추길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월 리비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무력개입이 시작되자 “미국이 떠들기 좋아하는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란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려 넘겨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방식”이라며 “선군(先軍)의 길은 천만 번 정당하며 그 길에서 마련된 자위적 국방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더없이 소중한 억제력”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무아마르 카다피가 무자비한 자국민 학살로 NATO의 개입을 자초한 사실은 외면하면서 핵 무장을 정당화하는 핑계 찾기에만 급급하다. 카다피가 처참하게 죽는 것을 본 김정일이 필사적으로 핵에 매달리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가능성은 더 희박해질 것이다. 끈기도 치열함도 없는 6자회담 대책으로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다.

김정일의 핵 집착은 더 강해질 텐데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000’을 대북 정책의 근간으로 내걸고 출범했다. 내년이면 2002년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문제가 불거진 지 10년이 된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확실한 해결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북한의 핵 보유는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 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에 이어 버락 오바마 정부까지 북핵을 이대로 놔두면 평화적 해결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해 어떤 족적을 남길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6자회담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5년의 협상 끝에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27명을 내주고 억류됐던 병사를 구출했다. 16개월 뒤 이 대통령의 입에서 “5년은 짧다”는 변명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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