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철웅]인터넷게임 탈퇴를 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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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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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박철웅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동아일보가 18일자에 보도한 인터넷게임 탈퇴 유예기간 제도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터넷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금단증세를 악용해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게임업체들, 불공정하고 악의적인 관행에 대한 감독기관의 소극적 개입 태도가 빚어낸 결과다.

2010년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의 12.4%인 87만7000명이 인터넷에 중독돼 있다. 인터넷게임 중독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마찬가지로 의존성과 내성이 강해 이용시간이나 양이 증가하는 증상이 따른다. 인터넷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장애가 동반된다. 생활이 지루하고 재미없으며 인간관계에서 까닭 없는 분노감이 표출되기도 한다. 인터넷게임의 금단증상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게임 고위험 사용자와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의 90%가 금단증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금단의 고통과 싸워 이겨내야만 중독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금단의 고통과 싸우면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려 몸부림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격려와 지원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마땅한 도리다.

이런 이유에서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오고 나갈 때는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인터넷 중독자들의 탈퇴 의지를 꺾어 치유와 정상적 생활 복귀에 역기능을 조장하는 인터넷게임 탈퇴 유예기간 제도는 분명 사회적 해악이다. 한쪽으로는 인터넷 중독 예방과 치료정책을 펴면서 다른 한쪽으로 인터넷 중독을 조장하는 해악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과 치료의 정책적 효과를 높이려면 정책과 혈세의 누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물이 새는 독부터 막아야 한다. 건강한 인터넷 문화와 미래가 있는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해야 한다.

첫째, 인터넷게임 탈퇴 유예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 회원들이 탈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탈퇴 처리가 완료되게 해야 한다.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부처는 게임회원 가입 시 고지되는 이용약관에 탈퇴 유예기간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도록 하고 회원의 탈퇴 표명과 동시에 탈퇴가 되도록 적극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하여 11월 20일부터 시행되는 심야시간(0시∼오전 6시)대 청소년 인터넷게임 제공 제한 제도(일명 셧다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서 유의할 대목이 있는데 만 13세 이상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감소했으나 9∼12세 아동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중독이 저연령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성인이 돼도 중독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독의 악순환을 우리가 끊어주어야 한다. 이는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호하는 길이다.

셋째, 인터넷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모든 국민이 인지하고 힘과 지혜를 합쳐 인터넷 중독을 조장하는 해악환경과 싸워야 한다. 인터넷게임 탈퇴 유예제도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무관심해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유해환경을 감시하고 적극 제재를 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음을 던져본다. 만일 당신의 자녀가 인터넷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데 탈퇴 유예기간 제도 때문에 좌절한다면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박철웅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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