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병원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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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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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호텔이 결합한 국내 첫 사례가 부산에서 나왔다. 부산 지하철 부전역 앞 17층짜리 빌딩에는 9층까지 스마트병원이, 10층 이상은 이비스 앰배서더 부산시티센터호텔이 들어섰다. 병원은 1일부터 본격적으로 환자를 받기 시작했고 호텔은 10일 문을 열었다. 병원과 호텔이 같은 주인 아래서 한 회사처럼 운영돼 입원 환자나 가족들에게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호텔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김양후 병원장이 ‘병원호텔’을 구상한 지는 10년 가까이 된다. 국내에서 의료 관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3년 전부터 전문 의료진들을 설득해 참여하도록 했고 이비스호텔 측과 접촉해 호텔 경영을 맡겼다. 병원은 12개 과목의 진료가 가능하며 응급실만 갖추지 않은 준종합병원급이다. 5개 언어가 가능한 코디네이터들이 상주해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맞는다. 환자는 입원 기간과 동반가족 수를 감안해 입원실(150병실)이나 1박에 9만 원짜리 호텔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의료 관광객은 8만2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6% 늘었다. 외국인환자 진료비 수입은 1032억 원으로 89% 증가했다. 우리가 뒤늦게 뛰어들어 선전(善戰)하는 듯 보이지만 태국(의료 관광객 200만 명) 인도(110만 명 추정) 싱가포르(72만 명 추정) 등 선도국과는 비교 대상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싱가포르는 태국처럼 의료관광을 관광의 일부로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외국인 환자가 치료를 위해 입국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20년 의료관광객 수와 수입 전망치를 보건복지부는 142만 명에 약 5조 원으로 제시했고 한국관광공사는 이보다 많은 260만 명에 9조 원으로 보고 있다. 둘의 중간만 해도 연평균 37%의 고성장이다. 우리 의술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데다 한류를 활용할 수도 있어 가능성은 크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는 우리보다 의료수준이 낮은 러시아 중동 국가 등에 현지 의료진으로 거점을 만든 뒤 중증 환자를 주로 유치하고, 의료수준이 높은 미국 유럽 등에는 보험사 또는 여행사와 손을 잡고 의료관광 상품을 파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부산 병원호텔의 성공 여부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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