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미군 범죄 엄벌해 재발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주한미군이 저지른 성폭행 사건이 최근 두 차례 연이어 발생했다. 피해자는 모두 10대 여학생들이다. 주한미군은 사령관 명의로 즉각 사과 성명을 냈고 관할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방한 중인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미국을 대표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사건 이후인 이달 7일부터 영외 거주자를 제외한 미군 장병들에게 평일 0시∼오전 5시, 주말 오전 3∼5시에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일부 미군은 여전히 통금 시간 이후에도 서울 시내 유흥가에서 배회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장병들의 야간 외출금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군 범죄는 2007년 191건, 2008년 183건을 기록하다 2009년 306건, 지난해 377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6월까지 범죄도 199건이나 된다. 지난 5년간 폭력이 6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절도 229건, 강도 56건, 강간 30건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 사법당국이 구속한 미군은 4명뿐이었다. 현행범이 아닌 경우 경찰이 신병을 확보할 수 없고,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 뒤 미군의 협조를 받아 신병을 인도받도록 규정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문제가 있다. 일본에서는 사안이 중대할 경우 정부 요청에 따라 기소 전이라도 미군이 신병 인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SOFA를 개정하지 않고 운영절차 수정만으로도 국민의 법 감정을 달랠 수 있는 조치다.

2009년부터 주한미군이 일부 도입하고 있는 ‘복무정상화’ 제도를 조기에 확대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주한미군은 2008년까지 한국을 ‘위험 지역’으로 분류해 가족을 동반할 수 없도록 했다. ‘복무정상화’ 제도가 도입되면 2020년까지 현 주둔병력 2만5000명의 50%가 가족을 동반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미군이 늘어나면 미군 범죄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주한미군과 우리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성폭행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히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2002년 효순, 미선 양 사건이 촛불시위로 이어지면서 한미동맹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주한미군도 말로만 하는 사과에 그치지 말고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전 장병에 대한 정신 교육을 강화하고 성범죄 엄단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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