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액 기부자와 고소득 세금 탈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 부부는 평생 모은 350억 원을 KAIST에 기증하고 26평 실버타운으로 갔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기부의 거인’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 사회에도 김 씨 부부 같은 기부천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평생 노점상이나 김밥 장수를 해 한 푼 두 푼 모은 억대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들을 보며 성인(聖人)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

기부가 사회적 연대감을 높여준다면 세금은 국가와 사회를 작동하는 에너지다. 부자와 중산층이 내는 세금이 빈민층 복지를 위해 쓰이는 면에서는 납세가 기부의 선행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세금으로 충당되는 정부 예산은 민생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투입된다. 세금을 떼어먹은 사람은 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없다.

최근 기업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역외탈세, 차명주식과 증권시장 우회상장을 통한 변칙 상속 및 증여,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세무조사를 받은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전체 소득 중 신고하지 않은 소득 비율)은 지난해 39.1%였다. 100을 벌면 61만 신고하고 39는 감춘 셈이다. 몇몇 사우나업소는 지난해 소득의 98%를 감추고 2%만 신고했고 일부 주점과 여관도 80% 이상을 누락했다. 최근 강호동 김아중 인순이 등 연예인들이 탈세 혐의로 지탄을 받았지만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전문직 고소득층의 탈세는 국세청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영업자가 세금 고지서를 받고 내지 않은 금액도 13.2%에 이른다. 봉급생활자의 세금은 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미리 공제하기 때문에 결손율이 0.2%밖에 안 된다. 자영업자의 탈세 및 탈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공평 과세가 이뤄질 수 없다. 조세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7% 정도로 미국(7%) 일본(9%)의 두 배가량으로 보고 있다.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 국세청이 분발할 때다.

국세청은 국토해양부의 부동산 임대정보를 넘겨받아 부동산임대업자 관리에 활용할 계획이다. 탈세 수법보다 한발 앞서가는 과세 행정을 통해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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