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축은행 예금에도 ‘투자자 책임’이 따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금융당국은 이달 중 2차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저축은행 명단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부실이 심각한 일부 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고,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수 있다. 어느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지 지금으로선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저축은행 살생부’ 발표가 임박했는데도 저축은행 신규 예금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 78개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규모는 3조2700억 원으로 7월보다 79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새로 들어온 예금은 전월보다 8100억 원 늘어난 3조4500억 원으로 인출액보다 1800억 원이 많았다. 어느 저축은행이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상식과 동떨어진 특이한 흐름이다.

각 저축은행은 “우리는 구조조정과 무관하다”며 경쟁적으로 연 5% 이상의 높은 이자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일반 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에 끌려 저축은행으로 상당수 고객이 몰렸다. 저축은행이 퇴출되더라도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는 원리금 5000만 원 이하 예금자가 많지만 이 한도를 넘는 거액을 맡긴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고(高)금리 상품에는 예외 없이 고위험이 따른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가까운 ‘묻지 마 식(式)’ 예금 유치와 투자는 후유증을 남길 소지가 크다.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운용처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5%대 후반 금리로 유치한 예금으로 이보다 높은 투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을 저축은행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고객은 거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5000만 원을 넘는 예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5000만 원 이하 예금이라도 해당 저축은행이 청산되면 약정이자보다 낮은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를 뒤늦게 받을 수도 있다.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1차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의 재무제표와 공시자료가 투자자를 속인 사기(詐欺) 자료였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고금리의 단맛에 취해 저축은행에 거액을 맡겼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원칙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들이 예금 유치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하는 일이 없는지 철저한 감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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