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사파였던 최홍재 씨의 反종북 1000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진보신당은 4일 당 대회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합의한 양당의 합당 안건을 부결시켰다. 재적 대의원 410명 중 과반인 222명이 합당에 찬성했지만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274표)를 넘지 못했다. 합당 무산의 후폭풍으로 조승수 대표가 어제 사퇴했다. 민노당 내부의 한 분파였던 진보신당은 2008년 민노당의 주체사상파에 반발해 창당했다. 민노당의 종북(從北)주의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진보신당 지도부가 합당을 추진하자 풀뿌리 당원들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체성이 다른 국민참여당이 민노당-진보신당 합당 이후 합류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민노당 산파역이었던 주대환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민노당은 원래 영국 노동당을 모델로 창당했다. 핵심은 ‘실용적 좌파’인데 김일성주의자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당에 들어와 기생하면서 노선이 변질됐다”고 증언한다. 진보신당과 헤어진 뒤에도 민노당의 종북주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정희 대표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6·25 남침에 대해서도 “북침인지, 남침인지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진보신당이 민노당과 갈라서는 데는 민노당 사람들이 연루된 ‘일심회’ 간첩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민노당 사람들은 ‘왕재산’ 간첩사건으로 이번에 또 수사선상에 올랐음에도 정작 양당의 통합 논의에서는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과거 운동권 동료였던 이정희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민노당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보다 대한민국을 더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최홍재 남북청년행동(준) 대표는 1일 서울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 앞에서 3시간 넘게 1000배(拜)를 했다. 최 대표는 당 대회를 앞둔 진보신당을 향해 “종북주의 정당과 통합하면 진보의 싹은 없어진다. 힘들더라도 진보의 싹과 좌파의 가치를 지켜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19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주체사상파였지만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전향했다. 인식의 오류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당의 진로를 놓고 어렵지만 현명한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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