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재홍]6년째 방치된 독도의용수비대장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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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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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사회부 기자  
김재홍 사회부 기자  
서울 종로구 와룡동 168-1 독도수호운동을 벌이는 발명가들의 모임인 ‘발명계독도개발지원운동본부’ 사무실 앞.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창덕궁으로 이어지는 길 중간에 어딘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의 동상이 있다. 남자의 눈빛은 매서웠지만 동상 곳곳에는 뿌연 먼지가 묻어있는 등 한눈에 보기에도 초췌해 보였다. 이 남자는 6·25전쟁 말인 1953년 4월 일본의 독도침탈을 막기 위해 33명으로 구성된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해 독도 수호에 나선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 이 동상은 한송본 발명계독도개발지원운동본부장과 홍 대장을 추모하는 시민단체가 성금을 모아 2005년 제작했다.

당시 한 본부장 등 시민단체 인사들은 홍 대장 동상을 독도에 설치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독도가 우리 땅임을 다시 한번 천명하자는 취지에서 동상을 만들었다. 이 행사에는 국회의원 25명도 동참했다.

하지만 6년여가 지난 지금 홍 대장 동상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이처럼 길 한구석에 방치돼 있다. 7월에는 종로구청이 불법설치물이란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한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4차례나 정부에 홍 대장 동상을 독도에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매번 거부당했다. 올해 광복절에는 국회 독도특위 위원들의 사무실도 찾아갔지만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들었다. 주무 부처인 문화재청도 난색을 표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독도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시설물을 세우게 해달라고 하는 민원이 수도 없이 많다”며 “독도를 지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허가해주다 보면 독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심하게 훼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는 허가해주고 누구는 허가 안 해줬다는 형평성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문화재청의 고충은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본이 여전히 독도가 자국 땅이라고 강변하고 최근에는 일본 국회의원들이 독도 방문을 위해 방한을 시도하는 등 일본의 만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거리에 방치된 홍 대장 동상은 ‘독도가 정말 우리 땅이 맞나’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홍 대장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지원도 없었을 수십년 전에 ‘우리 땅’의 소중함을 사재를 털어 몸으로 지킨 사람이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런 사람의 동상이 길거리에 ‘불법설치물’이란 딱지를 붙이고 서있는 것을 일본인들이 본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김재홍 사회부 no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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