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형의]국산무기 시험평가 제3자에 맡겨야

  • Array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형의 한국기계연구원 신뢰성평가센터장
김형의 한국기계연구원 신뢰성평가센터장
국산 무기의 품질 불량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군은 최근 K1A1전차 97대를 전량 리콜했다. 품질 불량의 중심에는 시험평가가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무기를 개발한 군 개발업체가 시험평가까지 수행하는 기형적 무기 도입 획득절차 시스템이다. 무기를 사용할 주체가 직접 시험평가를 하지 않다 보니 무기의 결함을 개선하기보다는 별것 아니라는 제 식구 감싸기로 흐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시험평가의 주체와 방법에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제3자에 의한 시험평가’가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제3자에 의한 시험평가는 연구개발 성공의 시발점이 되는 개발 시험평가를 수요자와 개발자가 아닌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수행해 객관성이 확보된 시험평가 및 분석기술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다.

제3자에 의한 시험평가를 통해 방산부품 수명을 감독하는 검증 절차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다. 가령 KHP 항공용 펌프는 2000시간의 내구성 시험을 필요로 한다. 2000시간이면 거의 5개월간 매일 24시간 장비를 가동해야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산품질 관련 감독자가 매일 매시간 공급업체에 파견돼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감독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공급자는 납기 지연에 따른 과중한 연체료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납품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한국기계연구원 등 민간 시험평가 전문기관은 국방 시험평가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군의 고착화된 시험평가제도로 인해 민간 기관의 인프라 활용은 미흡하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시험평가 결과에 의존하다 보니 개발이 끝나고 현장에 투입했을 때 시스템의 고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양산 전 개발제품에 대한 시험평가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수행해야 한다.

제3자에 의한 시험평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 육군의 군수품에 대한 개발단계에서의 입증시험 제도는 공급자의 시험평가를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도 이런 흐름을 따르고 있다. 제3자에 의한 시험평가는 현장에 장비가 투입된 이후 고장률을 최소화하는 획기적인 해답이 될 것이다.

또한 방위사업청과 공급자 간 계약에 신뢰성 요소를 포함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샘플 ○개를 가지고 시험을 수행하여 신뢰수준 ○○%에서 수명 ○○만 시간을 보증한다’와 같은 형식을 포함하는 것이 예시가 될 수 있다. 현 제도에 이와 같은 데이터적 요소를 추가한다면 방위사업청과 공급자 간 계약의 혁신 방안이 될 수 있으며 정성적 정량적으로도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미래전은 기존 병력보다는 고도의 첨단무기들이 승패를 가를 것이다. 장비에 대한 시험평가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 한국 방위산업의 진정한 시험평가제도는 확립되지 않았다. 품질이 불량한 무기뿐만 아니라 부실한 시험평가제도 역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형의 한국기계연구원 신뢰성평가센터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