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병구]위기의 시대… 결국엔 사람이 답이다

  • Array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병구 DHL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한병구 DHL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1973년 10월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 일본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석유를 되팔아 큰 이익을 남겼다. 훗날 일본 재계의 거성으로 이름을 날린 세지마 류조(瀨島龍三)가 작성한 ‘세지마 보고서’ 덕택이었다. 당시 기획담당 임원이던 세지마는 신문의 국제면 기사를 보고 중동 정세를 파악해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전쟁을 예견했다. 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로 삼아 공급량을 줄일 것이며, 공급 부족으로 가격 폭등이 예상되므로 미리 석유를 비축해 둘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토추상사 경영진은 보고서대로 석유를 대량 구매했고 수개월 후 몇 배의 가격으로 되팔아 큰 이윤을 남겼다.

찾아보면 위기를 극복하거나 위기를 호기로 전환시킨 사례는 이토추상사 외에도 많다. 미국과 유럽발 경기침체가 국내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주식시장은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불과 한 달 사이 시가총액은 수백 조 이상 증발했다. 기업의 경영여건도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산업구조는 21세기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자고 나면 초대형 기업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움직임은 ‘IT 강국’ 한국을 옥죄어 오는 형국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MS의 노키아 인수 타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 절치부심했던 일본 전자업계의 합종연횡이 그 예다. 애플과 구글 등의 공세가 거세지자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그동안 하드웨어에만 치중하고 소프트웨어를 소홀히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야흐로 위기의 시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과 초음속으로 치닫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과거처럼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절약의 미덕은 당장의 소나기는 피할지언정 내일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눈앞의 이득만 좇는 것은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용비어천가 2장의 내용은 기업 경영에도 예외는 아니다. 내부로는 핵심역량을 강화해 모진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을 체력을 키우고, 외부로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도이치포스트 DHL그룹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 DHL익스프레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CIS(Certified International Specialists)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CIS는 국제 특송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제특송 전문가 10만 명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 양성을 통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고객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려는 것이다. 직원들을 업계 최고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 위기의 시대 DHL이 선택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제2의 세지마나 제2의 빌 게이츠가 바다 건너에서만 나오란 법은 없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결국엔 사람이다.

한병구 DHL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