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北 금강산 개발, 한국 신뢰 없인 성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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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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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북한이 최근 금강산관광특구 사업 재개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한국을 완전히 배제한 채 외국을 상대로 말이다.

북한은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등의 투자기업과 여행사 관계자, 각국 주요 언론을 초청해 금강산관광특구 시범여행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금강산을 국제 관광지 겸 비즈니스 지역으로 개발하는 청사진도 공개한다고 한다. 외국 자본과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요란한 광고 활동이다.

북한 외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박철수 총재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강산특구 개발계획에 대해 운을 뗐다. 북한 당국이 전력 등 인프라를 건설하고 이 지역을 북한의 다른 지역과 철저히 격리한 뒤 외국인 출입을 완전히 자유화한다는 것이다. 골프장 7, 8곳을 짓고 카지노와 경마장 등을 세우며, 접근이 쉽도록 인근 군 공항도 민간 공항으로 개조하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장밋빛 일색이다.

북한은 3년 전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 씨를 살해하고도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멈춘 금강산 관광에 대해 북한은 계속 억지를 부려오다 한국 정부와 현대아산이 투자한 시설 등을 최근 몰수했다. 세계는 무고한 관광객이 억울하게 생명을 잃고 피해 기업이 오히려 10년 넘게 투자한 자산을 하루아침에 몰수당하는 황당한 일을 지켜봐 왔다. 이런 판에 북한이 어떤 화려한 말로 개발 청사진을 설명해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세계적 호텔체인 카이빈쓰지그룹과 미국의 한 그룹을 초청해 투자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중국인 관광을 유치했으나 한국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중국 정부가 금강산관광 상품을 전면 금지한 일도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관광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의 핵심주체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도 신뢰를 얻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박 총재는 북한이 목표로 하는 외자 유치액은 4000억 달러(약 480조 원)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풍그룹이 소액이라도 외자를 실제 유치했는지 의심스럽다.

외국기업도 한국기업처럼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대북 투자에 나설 거라고 본다면 오산이다. 금강산관광을 살리는 길은 장밋빛 발표나 화려한 선전이 아니다. 박 씨 사건에 대해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계약은 존중될 것이라는 믿음을 국제사회에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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