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의 공정사회, 헛구호의 부메랑 맞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이명박(MB)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 화두로 내세운 지 1년이 됐다. 동아일보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공정사회 추진 80대 과제의 이행도를 점검한 결과 그 점수는 평균 C학점이었다. 이들은 “공정이란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를 바라보게 된 것은 달라진 풍경이지만 국민의 공감대 형성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천명한 직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물러났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채사건이 불거져 사퇴하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했다. 일각에서 공정사회가 인사의 도덕적 잣대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 대통령의 인사를 지켜보면 꼭 그렇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후보자도 많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도 계속됐다.

정부는 전관예우 금지를 강화한 공직자윤리법 개정 같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공정사회가 추진되는 한가운데서도 공직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직원의 연찬회 향응 파문에 이어 지식경제부 공무원이 산하기관으로부터 ‘룸살롱 업무보고’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빈부격차 해소, 학력 차별 개선 등 더욱 실감할 수 있는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공정해졌는지 의문이 든다.

공정사회는 좋은 말이지만 너무 거창한 구호다. 명백하게 불공정한 것은 굳이 공정사회를 거론하지 않아도 걸러진다. 현실에는 무엇이 공정한지 애매한 게 많다. 단지 공정이란 말로는 기회의 공정을 말하는지, 결과의 공정까지 포함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현대사회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정부가 공정사회를 밀어붙여도 기업이나 시민사회가 앞장서야만 효과가 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정부는 얼마나 기업과 시민사회의 공감을 끌어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공정사회가 이 정부의 국정철학을 일관성 있게 꿰는 화두인지 애초부터 회의가 있었다. 이 대통령 취임 초 친(親)기업을 외치다가 공정사회 깃발을 들면서 여당에서도 대기업 때리기가 시작됐다. 대기업에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강요하기보다는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공정사회 구호가 혼탁한 세상사를 다 집어넣고 돌려 깨끗하게 빨아낼 수 있는 드럼세탁기는 아니다. 구체적 정책과 실적으로 승부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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