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제약 가격 내릴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품 1만4410개 가운데 8776개의 가격을 평균 17% 내려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약품비 거품을 제거해 국민 부담을 줄이고 제약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약값을 충당하느라 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살리려는 목적도 있다.

지난해 약품비는 12조8000억 원으로 진료비 전체의 29.2%나 됐다. 2008년 기준 약품비 비중은 2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4.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한국은 국민의 약 사용이 외국의 2배나 되고 같은 성분이라도 비싼 약들이 처방전에 주로 오른다. 복지부 계획대로 약값을 내리게 되면 연간 2조1000억 원 정도의 약품비가 절감된다. 전체 비용의 30%를 내는 환자들의 부담금도 7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는 정부 방침에 거세게 반발한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 대신 손쉽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복제약 제조에 치중했다. 병원 등을 상대로 리베이트를 앞세워 내수 시장 다툼에만 몰두한 것이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작년 제약업계의 판매관리비는 매출액의 35.6%로 제조업 평균(11.2%)의 3배나 됐고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6.3%로 다국적 제약사의 평균 17.0%의 절반도 안 됐다. 경쟁력 키우기는 도외시하다가 가격 인하에 반대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세 알의 약을 복용해 소비량이 세계 15위인데도 해외 진출을 적극 타진하는 제약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60여 년간 국내에서 나온 신약은 16개뿐이다. 다국적 기업은 신약은 물론 복제약 시장까지 뛰어들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가 살아남으려면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술할 때다.

제약업계는 “매출이 수백억 원씩 감소하면 신약 개발의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진 장관은 “모든 제약사가 살아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복지부는 혁신적인 제약회사 30여 곳에 약값이나 세금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한 제약사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투자하는 제약사는 구별돼야 한다. 정부는 국내에서도 다국적 제약사와 겨룰 수 있는 제약사가 나오도록 환경 조성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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