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을 무한정 짜낼 수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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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재침체와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어제까지 사흘간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약 154포인트 폭락했다. 이달 2∼4일 코스피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경제가 흔들렸던 2008년 10월 하순 이후 2년 9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사흘간 주식 시가총액은 86조 원 이상 줄어 우리 경제가 해외 변수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새삼 일깨워 주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 편성과 관련해 어제 “세입(歲入)과 세출(歲出)에서 모두 두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국가의 연간 총수입인 세입을 늘리기가 어려운데도 세출 요구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현실을 걱정했다. 세입이 세출을 밑돌면 적자 재정 편성이 불가피하고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입의 기초가 되는 조세 수입을 늘리려면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 수익과 가계 소득이 늘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는다. 이미 올해 및 내년 경제성장에는 비상(非常)이 걸렸다. 민관(民官)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내놓은 5% 안팎에서 4.5%로 낮췄고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라 곳간에 들어올 돈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지출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각 부처가 예산 주무부처인 재정부에 요구한 내년 세출예산 총액은 332조6000억 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7.6% 늘었다. 더구나 여야 정치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각종 선심성 복지예산까지 반영한다면 세출 규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치인들은 나랏돈 쓸 일에만 신경을 곤두세우지, 재원 문제에는 입을 다문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부자와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면 된다’는 식의 상투적 말장난이다. 재정 상황을 고려해 일단 고소득층 소득세율 인하는 보류한다고 하더라도 법인세율 인하까지 없던 일로 한다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낮아지고, 성장률 하락과 세수(稅收) 감소의 악순환만 불러올 것이다. 누구도 세금을 무한정 짜낼 수는 없다.

정부가 예산 편성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지난해 정부 예산 중 집행되지 않은 불용(不用) 예산이 5조 원을 넘었다. 재정부는 각 부처가 요구하는 예산을 잘 따져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정치권의 무리한 세출 증대 압박에는 대(對)국민 설득을 통해서라도 정면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성장동력 가동을 통한 세입 확대와 불요불급한 세출 축소로 재정 건전성을 최대한 지키는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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