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신종]볼리비아 리튬사업, 미래를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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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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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지난해 7월부터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글표기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아이마라족은 200여만 명으로 볼리비아 원주민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이 부족 출신이다. 아이마라족은 ‘말’은 있지만 표기할 ‘문자’가 없어 부족 차원에서 스페인어를 차용하고 있다. 식민지배 잔재인 스페인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볼리비아와 1965년 수교했다. 외환위기 때 폐쇄됐던 볼리비아대사관이 3년 전 다시 문을 열었고 모랄레스 대통령이 작년 8월 한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이다. 세계 매장량의 절반 가까운 540만 t의 리튬이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염호)에 묻혀 있다.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등의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리튬은 차세대 이동수단인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으로 그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휴대전화와 랩톱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제품에는 비교적 적은 0.4∼5.5g의 리튬이 쓰인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수급에 큰 차질이 없었다. 전기자동차에는 휴대전화의 1만 배에 해당하는 대당 최대 4300g의 리튬이 들어간다.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는 기하급수적 리튬 수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볼리비아에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중국 브라질 등 10개국이 볼리비아 리튬사업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치열한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진정성을 토대로 하는 자원외교와 앞선 리튬 추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두 그룹에 가세했다.

7월 29일(현지 시간) 포스코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볼리비아 국영광물회사(코미볼)와 리튬 배터리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은 한국이 경쟁국보다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계약은 볼리비아가 세계 최초로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컨소시엄인 포스코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양국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른 시일 내 실무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볼리비아도 올해 말 우유니 염호 파일럿플랜트 시험가동을 마치고 탄산리튬 제조를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간다.

광물자원공사가 2009년 4월 볼리비아와 리튬 관련 첫 MOU를 맺었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그렇지만 비행시간이 30시간을 넘는 볼리비아를 필자가 9번, 이상득 의원이 자원특사 자격으로 6번 찾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련과 아픔도 겪었다. 돌이켜보면 이 의원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한국은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라파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 추출기술을 선보인 데 이어 경쟁국 중에서 처음으로 볼리비아 대통령의 방문을 성사시켰다. 올해는 리튬사업 총책임자를 초청해 국내 리튬전지산업 핵심시설을 시찰케 했다.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에 탄복한 그는 귀국 후 대통령에게 한국과 사업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이번 사업은 이런 노력이 어우러져 이룬 결실이자 볼리비아 리튬 확보를 향한 첫걸음이다.

광물자원공사는 10년 이상 장기적인 수요를 내다보고 볼리비아 리튬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은 개발 여건이 열악하지만 향후 획기적 수요 증가와 추출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전망이 밝다. 칠레 중국 브라질 등의 리튬이 고갈되면 지구상에 남는 건 볼리비아밖에 없다.

한국과 볼리비아는 식민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6·25전쟁 때 한국에 물자를 지원한 볼리비아는 여러 가지로 ‘정’이 가는 형제의 나라다. 수천 년 전 바이칼 호에서 함께 발원한 부여족과 아이마라족의 후손들이 협력을 통해 미래에 더욱 번영하길 기대해 본다.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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