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두영]‘나가수’의 진동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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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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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신약성경의 요한복음은 천지창조를 말씀(소리)으로 시작한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서도 ‘빛이 생겨라’ 하는 말씀(명령)이 천지창조를 시작하는 첫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음향적인’ 사건, 곧 ‘말씀’ 그 자체가 천지창조를 지시하고 또 수행한다. 히브리족은 ‘말씀을 단순한 말 그 자체가 아니라 행위를 동반하는 역동적 에너지로 보았다. 그들은 소리가 에너지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소리는 귀로 느낄 수 있는 진동 에너지다. 모든 물리적인 운동은 진동을 일으키는데 이 가운데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진동이 바로 소리다. 1초에 한 번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하며 헤르츠(Hz)를 단위로 한다. 어떤 물체가 1초에 16∼2만 번 진동하면, 곧 주파수가 16∼2만 Hz의 범위에 있으면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나는 가수다(나가수)’는 소리가 에너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는 음악방송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목청으로 만드는 진동(소리)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공진(共振·resonance)이다.

공진이란 바깥에서 발생한 진동수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떨어지면서 진동량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 구의동에서 발생한 테크노마트 건물의 흔들림도 당시 단체로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하던 23명이 1초에 발을 2.7번 구른 동작이 우연히 건물의 수직 진동수(2.7Hz)와 일치한 것이 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진 현상 가운데 특정 주파수의 음을 골라 진동시키는, 공기의 공진을 공명(共鳴)이라고 한다.

사람이 숨을 내뱉을 때 허파에서 밀어낸 공기가 목구멍의 아랫부분인 후두(喉頭) 한가운데 있는 울림판(성대) 한 쌍을 진동시키면서 나온 소리가 몸속에서 공명하면서 확대된다. 이를 발성(發聲)이라 한다. 공명은 목구멍의 윗부분인 인두(咽頭)에서 주로 일어난다.

기타는 줄의 진동을 몸통(body)에서 공진시켜 소리를 낸다. 사람으로 치면 성대가 일으킨 진동을 머리, 가슴, 코 쪽에서 각각 공진시키면 두성(頭聲) 흉성(胸聲) 비성(鼻聲)이 나온다고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머리와 가슴에는 소리를 공명시킬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해부학적으로는 잘못된 표현이다.

‘나가수’에 등장하는 가수들을 보면 팔세토(falsetto) 창법으로 유명한 조관우가 두성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임재범 윤도현 옥주현이 흉성을 즐겨 사용하며, 이소라와 김범수가 비성을 멋지게 구사한다. 박정현은 세 가지 창법을 골고루 사용한다.

청중은 ‘나가수’ 무대에 오르는 가수의 노래 실력을 보고 감탄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성대를 울리는 공진 실력이라면 그야말로 성대모사 같은 수준의 개인기일 뿐이다. 청중이 환호하고 눈물까지 흘리는 것은 ‘나는 가수다’라고 당당하게 자부하는 가수 7명의 가슴을 울리는 공명 때문이다. 마음의 거문고, 곧 심금(心琴)을 울리는 공명이다.

공진의 정의를 빌리면 공감(共感)이란 바깥(다른 사람)의 심리적인 진동수가 나의 심리적인 고유 진동수와 비슷해지면서 심리적인 진동량이 커지는 현상이 될 것이다. 공명은 심리적인 진동, 곧 감동(感動)에서 비롯된다. 그런 측면에서 ‘나가수’는 진동 에너지를 감동 에너지로 바꾸는 멋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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