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억대 전화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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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6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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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의 한류스타 배용준은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회당 1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드라마 ‘아이리스’로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이병헌도 후속작 출연료가 회당 1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작가 김수현은 대략 드라마 한 편에 6000만 원 정도를,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도 쇼 프로그램 1회당 1000만 원 정도의 몸값을 받는다. ‘타임차지’를 하는 변호사나 컨설턴트 중 에이스급은 시간당 2000만 원 정도가 공정가격으로 알려졌다.

▷전화 몇 통화로 억대 수임료를 챙기는 변호사들도 있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법무장관 검찰총장이나 대검 차장,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고위직을 거친 고위직 전관(前官)이라야 누릴 수 있는 비법적(非法的) 특권이다. 일은 비교적 단순하다. 의뢰인의 부탁을 받아 담당 수사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하면 된다. 구속사안을 불구속으로 둔갑시킬 신공(神功)이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과정은 중요치 않다. 오직 결과가 말할 뿐이다.

▷전화변론은 변호사협회에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무혐의 처분이나 영장기각처럼 법원에 넘어가기 전 검찰 단계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세무당국이 수임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우니 세금도 내지 않는다. ‘전화변론사’는 일이 잘되면 ‘오프라인’에서 사은을 한다. 물론 의뢰인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어 변호사들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평소 친분 있는 검사에게 사건의 내용을 묻는 전화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까지 전화변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만사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르는 법이다. 억대 전화변론 시장이 나름 성업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혈연 학연 지연 따지기 좋아하는 한국적 풍토도 전관들에게는 옥토(沃土)가 되고 있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피의자들에게 몇억 정도가 대수겠는가. 거액 전화변론 수임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온상이다. 이를 방치하고서는 진정한 법치는 물론이고 공정사회로부터도 거리가 멀다. 법조계의 자정이 요구된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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