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날조 공화국’의 앵벌이용 水害사진 조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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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동강변 수해(水害) 장면을 담은 사진을 조작했다 들통 나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대동강이 범람해 평양 거리가 잠겼다면 형편없는 치수(治水)능력을 자책해도 모자랄 판에 수해를 과장하기 위해 조작한 사진을 AP통신을 통해 전파했다. 북한 집권세력이 사리판단 능력이 있는 집단인지 의심스럽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시원(始原)부터 조작으로 가득 차 있다. 주민이 굶어죽는 깡통나라를 만들어놓고 ‘강성대국’ 운운하는 북한의 하루하루가 조작과 날조의 연속이다. 김정일의 출생지와 출생연도를 날조해 천출명장(天出名將)으로 미화하는 북한에서 사진 조작쯤은 대수로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북한은 사진 조작을 선전선동 수단으로 이용한다. 2008년 김정일이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에는 충성 구호판을 추가하는 합성수법으로 그의 현지지도 사진을 조작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올 1월에는 사진을 덧붙여 눈밭에서 썰매를 타는 어린이들의 수를 늘렸다. 정권 상층부의 혼란과 주민들의 생활고(苦)를 감추기 위한 비열한 눈속임이다.

이번 수해사진 조작은 피해를 과장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태풍 메아리로 많은 비가 내리자 농사에 도움이 되는 복(福)비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가 태도를 바꿔 지난주부터 “태풍과 장맛비로 3만6000여 정보(여의도 면적의 약 40배)의 농경지가 침수됐다”며 큰 수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 AP통신에 평양 지국 개설을 허가했는데 외국 언론을 선전도구로 활용하려는 속셈임이 드러났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죗값을 치르기 전에 대규모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미국은 2개월 전 북한에 실사단을 보내 식량상황을 조사했으나 지원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무력도발을 시인하고 사과하기 전에는 대규모 식량지원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설정했다. 물난리 앵벌이로 쌀을 얻으면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강성대국 잔치에 쓰려는 모양이다. 서투른 솜씨로 조작한 수해 사진에 국제사회가 속아 넘어갈 줄로 알았다면 참으로 한심한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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