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비용 근본 해법은 경제성장과 재정 건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통일부가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통일재원 마련을 위해 남북협력기금 활용과 증세(增稅)를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남북협력기금 1조1000억 원 중 매년 집행되지 않아 국고에 반환하는 1조 원가량을 적립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높여 총 20조 원+α 규모의 통일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통일 후 체제통합, 위기관리, 대북(對北) 투자 등에 들어갈 통일비용 추정치는 국내외 연구기관에 따라 5000억 달러(약 530조 원)부터 5조 달러(약 5300조 원)까지 다양하다. 주민을 굶겨죽이면서도 강권적 공포정치로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은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총체적 실패국가’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월등했던 독일의 전례(前例)를 보더라도 통일비용 논의를 미루기만 한다면 통일 상황이 왔을 때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남북통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크더라도 자유민주 통일은 한민족의 기본명제다. 또 영토와 국민 그 자체가 국력의 핵심기반으로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24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우리 경제권에 편입하는 데 따른 노동력과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비용 논의는 ‘경제 마인드’를 갖고 냉철하게 접근해야 극빈(極貧) 국가를 통합하는 데 따른 부담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통일비용을 적립할 경우 투자나 소비로 돌아갈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고, 경기(景氣) 수축형 경제운용을 해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을 우려가 있다. 증세를 하더라도 법인세와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것과 부가가치세율을 높이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합당할지도 치밀하게 따져볼 일이다. 통일비용 논의는 통일부뿐 아니라 경제부처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가경제의 파이가 커지면 통일비용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국민이 느끼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 부양을 위해 돈 쓸 곳은 많아지고 세수(稅收)는 줄어들어 재원 마련이 더 어려워진다.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지속적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다.

재정이 건전해야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한국이 1997년에 맞은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난 결정적 원동력도 건전한 재정이었다. 여야 정치권이 통일을 외치면서도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 나라 곳간을 위태롭게 하는 태도는 진정한 통일 지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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