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서영수]IT따라잡기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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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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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전문기자
서영수 전문기자
세상 따라잡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신형 휴대전화를 산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바꿔야 하는지 고민이다. 바꿔도 걱정이다. “금방 더 좋은 휴대전화가 나올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 때문이다. 카메라도 휴대전화 못지않다. 카메라가 발명된 지 약 170년. 그러나 지금처럼 카메라가 급격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 적은 없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새 카메라가 나와도 기능 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10년 전에 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새 카메라로 찍은 것을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

‘정보화’와 ‘디지털화’가 거의 동일한 의미의 단어가 된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제품이 됐다. 다양한 디카가 쏟아지고 성능도 대폭 개선되면서 몇 년 쓰다 버리는 전자제품과 같은 신세가 됐다. 그렇지만 그 편리함은 5000만 명이 사진을 찍는 시대를 열었다. 휴대전화 카메라조차도 시중 카메라 못지않은 기능을 발휘한다. 그런 까닭에 카메라가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공허한 질문이 됐다. 카메라의 확산은 전문가의 영역도 파괴했다. 아마추어의 약진에 당황한 사진전문가는 아마추어들이 근접할 수 없도록 더욱 세분화, 전문화해야만 했다. 이같이 진화를 거듭하는 디카는 우리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디카에 내장된 동영상 촬영기능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폭발력을 갖게 했다.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는 뮤직비디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 동영상 촬영에 투입됐다. 올해 SBS가 방영한 ‘툰드라’는 DSLR 카메라 3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앞으로 몇 가지 기술적 문제만 극복되면 모든 영화나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새로 생겨난 종합편성채널도 이런 DSLR 카메라의 활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3차원(3D) 카메라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다. 요즘 전자제품 회사들이 3D TV 방식을 놓고 서로 잘났다고 싸움을 한다. 어찌됐건 3D TV가 보급되면 3D 사진도 TV 모니터로 볼 수 있다. 몇 해 전 한 카메라업체가 소형 카메라에 그러한 기능을 붙였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입체 효과가 작고 3D TV나 호환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미국 리트로 사의 초점을 맞출 필요 없는 카메라를 소개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물체에 특정 각도로 반사된 빛을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 카메라는 이미지센서가 특정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도록 하면서 새로 고안된 렌즈를 통해 다양한 각도의 빛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본인이 원하는 부분을 골라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게다가 3D 변환도 가능하다. 초점을 맞추며 사진을 찍는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는 나이면 누구나 쉽게 빨리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획기적이다.

계속되는 이런 ‘카메라 혁명’이 독자와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안 써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고 필요할 때 돈 주고 사서 쓰면 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의 초조감은 어찌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아직도 물이 빠르게 흐르는 계류다. 남들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나만 멈춰 서 있으면 저절로 불안해진다. 이런 현상은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어차피 치러야 할 대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명의 이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없앨 묘안은 없다. 그래도 이런 글을 통해 변화의 추세라도 알게 되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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