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권의 政派등록제 통합, 전제가 잘못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민주당 야권통합특별위원회가 야권 통합을 위한 방안으로 ‘정파(政派)등록제’를 제안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같은 정당으로 통합하되 각 당의 정파 활동은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통합 정당의 주요 노선은 정파 간 합의를 거쳐 결정하고 총선 후보도 정파별 득표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 방식이 채택되면 각 당은 간판을 내리고 통합 정당 내에 ‘민주파’ ‘민주노동파’ ‘진보신당파’ 같은 정파로만 남게 된다.

정당정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택하고 있는 체제다. 정당정치의 기본은 각 정당이 나름대로의 정강 정책을 유권자에게 제시한 뒤 선거를 통해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안한 정파등록제는 반(反)MB(이명박 대통령) 정서를 이용해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정파등록제는 지난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1979년 창당한 브라질 노동당(PT)의 체제를 모방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 노동당에는 10여 개의 주요 정파가 있다. 민주당은 브라질 노동당의 운영 방식을 베끼면서도 이 정당이 사회주의 이념에 공감대를 이룬 사실은 외면했다. 그러나 브라질 노동당과는 달리 민주당 등 야권 통합에 가담한 정당들의 이념 지향은 큰 차이가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종북(從北)주의’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갈라섰다가 재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특히 민노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을 사실상 용인하고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서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편드는 등 대한민국 체제 내 정당이라기보다 북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비판이 많다.

민노당의 새로운 강령이 기존의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민노당 강령은 ‘자주 평등 인간해방의 새 세상을 향해’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중이 참 주인이 되는’ ‘연방제 방식의 통일 지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이런 정당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 일이다. 또한 이런 통합정당이 정당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파등록제에 대해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부정적 반응을 보여 향후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야권 통합의 불씨가 살아 있는 한 정파등록제의 다양한 변종(變種)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통합정당의 과거 사례로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집권 3년 만에 해체됐다. 선거 때마다 생겼다가 사라지는 ‘떴다방’ 정당을 국민이 과연 얼마나 지지할지 두고 볼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