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오남]국제수학교육대회 ‘교육 한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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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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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국제수학교육 대회 국제조직위원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국제수학교육 대회 국제조직위원
한국 학생의 수학과 과학 우수성은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를 통해 꾸준히 보고된다. 디지털 소양능력에서도 최근 한국이 세계 일등을 차지했다. 그러나 국제 수학교육계에서 학업성취도 우수국인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주목받고 있는데 한국 학생의 우수성은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수업 연구(lesson study)는 세계적으로 수학교사 교육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수업 연구방법을 도입해 교사 교육에 활용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 일부 주는 싱가포르 수학교과서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가 이렇게 국제적으로 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해 국제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0년 제9차 국제수학교육대회를, 싱가포르는 2002년 동아시아 국제수학교육자대회를 각각 개최했다.

한국 수학교육계의 숙원이던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가 내년 7월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다. 1969년 프랑스 리옹에서 제1회 대회가 열린 후 4년마다 개최되는 대회로 한국이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한다. 1년 후 세계 100여 개국의 수학자와 수학교사, 수학교육연구자 등 수학교육 관계자 4000명 이상이 한국에서 수학교육에 대한 열띤 논의를 할 예정이다.

또한 ‘수학자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수학자대회(ICM)가 2014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에서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메달이 수여된다. 우리나라는 국제수학교육대회와 국제수학자대회를 2년 시차를 두고 개최하는 유일무이한 국가가 된다.

이처럼 수학 관련 국제학회가 한국에서 잇따라 개최되는 데는 국내 수학자와 수학교육자들의 국제학회에 대한 관심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수학교육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2000년부터 노력해 왔다. 2003년 실사단이 방문해 치밀한 조직력과 시설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집행위원회 표결에서 멕시코로 개최지가 결정되었을 때 국내 수학교육학계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유치에 도전해 2007년 말 한국이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 개최지로 결정되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이 남았다. 한국의 수학교육을 세계에 알려 ‘교육한류’ 붐을 일으키는 계기로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사를 국가 건설자(national builder)라고 발언한 이후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수학 및 과학 교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우리나라 교사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그 가능성이 보인다. 또 5월 15일자 동아일보에서 세계폐암학회 유치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것과 같이 국제수학교육대회 유치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제수학교육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한 유형, 무형의 효과는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국제의료학술대회를 통해 알 수 있듯 국제수학교육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교과부와 교육청, 각급 학교, 관광공사, 외국 공관, 교육연수원 등 관련기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국제 학술대회 유치와 준비, 개최 과정에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수학교육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한국 수학교육의 발전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8일 국내 수학교육자와 수학자들이 모여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D-365 행사를 가졌다. 우리나라에서 국제수학교육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교육 한류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국제수학교육 대회 국제조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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