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환희]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 씨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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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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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마침내 평창이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마침내 평창으로 결정되었다. 이 뜨겁고 가슴 벅찬 감동의 결정을 ‘마침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우리는 이 도전에 이미 두 번 좌절했고, 세 번째 그것을 이루어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중계하던 중 아나운서가 한참 말을 끊고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적인 일이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지난 몇 년간 나는 주말마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서울에서 평창을 지나 강릉으로 향하곤 했다. 대관령을 기점으로 2018년 겨울올림픽이 열릴 강릉과 평창지역에 산길과 마을길을 걸어서 여행하는 여러 코스의 ‘강원도 바우길’을 내고 그 길을 찾아오는 여행자들과 함께 걷기 위해서였다.

매주 버스를 타고 봉평을 지나 진부로 가는 길 중간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라고 산 중턱에 화단처럼 가꾸어놓은 시설물을 볼 때마다 참으로 여러 생각이 들곤 했다. 더러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처음 그곳엔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라고 쓰여 있었고, 그 다음 어느 시기엔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라고 쓰여 있었다.

처음에 경쟁에서 밀렸을 땐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고, 두 번째 다시 똑같은 좌절을 맛보았을 때는 그 길을 지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 적이 있었다. 바로 4년 전 7월 평창이 소치에 밀린 다음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옆에 써놓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 중에 누군가 ‘2014년’을 황급하고도 흉물스럽게 지운 흔적이 내 몸의 상처처럼 다가왔던 그날의 서늘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으면 지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지난날의 실패조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더 착실하게 준비했고, 다시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같은 터전 위에서 두 번의 좌절을 겪은 강원도민의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그리고 어느 결에 전 국민의 숙원이 되어버린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표단과 응원단이 다시 저 멀리 지구 반대편 남아공 더반까지 달려갔다. 프레젠테이션 중 경쟁지역 대표단이 오히려 우리의 착실한 시설 진행을 트집 잡을 만큼 모든 준비가 완벽했으며, 실사단이 둘러본 개최지의 분위기 또한 최상이었다.

지난 경쟁에서는 두 번이나 1차 투표에서는 앞서고 2차 투표에서 안타깝게 뒤로 밀리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최상의 분위기와 최상의 준비로 1차 투표에서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우리의 평창을 결정짓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결정 순간 이미 그것은 나라의 자랑이며, 그 축제를 함께 치를 국민들의 긍지인 것이다.

사실 8년 전만 해도 나 역시 내 고향의 부모형제들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막연하게 내 고향 강원도에서 그런 세계적인 축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 2010년과 2014년 대회 유치에 거듭 밀리며 두 번이나 고향의 눈물과 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좌절을 옆에서 지켜본 다음 이것이 그냥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내 고향 형제들의 한마음과 같은 염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난 8년간 지역행사의 크고 작은 모든 일에 겨울올림픽 유치 기원이 함께 있었다. 신년 해맞이 행사도, 천년의 인류문화유산 축제인 단오장에서도, 대관령 스키점프대와 강릉빙상경기장에서 열린 2018명의 대합창 공연에서도, 평창과 강릉을 잇는 대관령 옛길 걷기 행사에서도 단 한 번 겨울올림픽 유치기원제가 빠진 적이 없다.

대관령 눈꽃마을에서 가정마다 복을 부르는 코뚜레를 만들어 나누어줄 때도 2018개, 유치 기원 페넌트를 걸어도 2018개였다. 축제의 열기는 행사에 동원된 사람들이 모여 질러대는 함성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뿜어내는 대지의 또 다른 기운 같은 것이다.

남아공 더반에서 이루어낸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역시 그 열기가 세계적으로 확장된 것이다. 오늘 우리가 더반에서 이기고 물리친 것은 경쟁지 뮌헨과 안시가 아니라 지난 8년 동안 연이어 두 번 경험한 실의와 낙담, 그리고 자칫 거기에 또 한 번 빠질 수 있었던 우리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자랑스럽고 다행스러우며 가슴 뭉클한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차질 없는 대회의 준비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2010년과 2014년에 열리지 않고 2018년에 열렸기에 더욱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훗날 세계가 그것을 기억하고 우리 스스로 자부할 수 있도록 이제 그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다.

오늘 마침내 우리는 그 기회를 이루어냈다. 평창 만세.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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