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유재명]해양 산성화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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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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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얼마 전 미국 자원보존위원회(NRDC)는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 어선들이 남획으로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다며 어류자원의 고갈을 경고했다. 이어 네이처도 지난 50년간 먹이사슬 상층부의 대형어류인 다랑어 상어 황새치가 90% 이상 줄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해양생태프로그램(IPSO)은 해양환경이 지구 온난화, 해수 산성화, 어류의 남획, 빙하 용해, 양식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대재앙에 직면해 있으며 2∼3년 전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바다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공개했다. 이런 현상은 해양생물 대멸종의 시작 단계로 산호초의 경우 1998년 이후 해수 이상에 의한 단 한 차례 백화현상으로 세계 열대산호초의 6분이 1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은 대기 중에 남고, 3분의 1은 육지의 숲 등에 흡수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바다로 흡수된다고 알려져 있다. 해양 덕택에 이산화탄소의 33%가 줄어 그만큼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육상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인간의 생존도 위협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흡수하면서 급속도로 산성화돼 가고 있으며 2050년까지 해양 산성도가 150%나 증가할 것이라는 데 있다. 해양 산성화가 무서운 이유는 기초 먹이생물인 식물 및 동물 플랑크톤, 산호, 조개류, 물고기 등 몸의 일부가 석회질로 구성된 생물의 성장은 물론이고 해양생태계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쳐 인간의 생존과 경제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한 해양학자들은 동해 산성화가 세계 평균보다 2배나 빠르다고 지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구 전체의 해양 수온은 100년간 0.5도 올랐지만 우리나라 연안은 지난 41년간 1.31도 상승했다. 이런 급격한 수온 상승은 해양의 산성화를 가속해 그 피해는 어떤 나라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해양 산성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갯녹음(백화)현상이 전 연안에 나타나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 성게나 어류의 유생처럼 환경 변화에 민감한 생물은 pH 0.1∼0.2 정도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복 생산량은 2006년 96t에서 2009년 36t으로, 제주도 특산물인 오분자기도 1995년 159t에서 2009년 13t으로 줄었다. 전남 남해안 특산물인 꼬막의 종패가 생기지 않고 있으며 피조개 종패도 성장에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수산물인 바지락, 굴, 홍합, 가리비 등도 잘 자라지 않거나 종패가 피해를 보고 있다.

해양 산성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관련 연구에 2000억 원을 지원하는 해양산성화모니터링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도 해양 산성화 연구에 착수했다. 근본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국가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해양 산성화가 앞으로 어떤 문제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해법은 매우 복잡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보다 연안 양식장 및 수산물의 의존도가 높고 해양 산성화, 어류 남획, 수온 상승 등 한반도가 기후변화의 속도가 빠른 화약고임을 알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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