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과부, 한국사 바로잡기 이번엔 失機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북한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부정적으로 기술한 역사교과서의 좌(左)편향 왜곡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왜곡을 시정한다며 출판사에 수정 요구를 했으나 전체적인 틀과 역사관을 바로잡지 못한 채 극히 부분적인 자구(字句) 수정에 그치고 말았다. 올해부터 사용되고 있는 6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현 정부가 검정 절차를 주관해 편찬됐다. 그러나 이들 교과서 역시 노무현 정권 때 나온 왜곡 교과서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교과부가 올해 4월 고교 한국사 과목을 성급하게 필수로 정한 것은 정부의 무성의를 여지없이 노출했다. 교과서의 왜곡을 바로잡지 않은 채 미래 세대에게 의무적으로 배우게 할 경우 폐해만 커진다. 그럼에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당시 “이번 조치를 통해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현행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긍지를 갖게 해주기는커녕 체제와 정통성에 대한 회의와 반감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사 필수화는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먼저 만든 다음 이뤄져야 한다.

한국현대사학회가 최근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현행 교과서가 ‘실패한 체제’인 북한과 공산주의를 우호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프랑스의 역사교과서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같은 전체주의인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함께 척결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고 소개한 뒤 “반면에 우리 교과서는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파시즘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과부는 올해 3월 국사편찬위원회에 ‘2011 역사교육과정’의 개발을 의뢰했다. 이번 개발은 앞으로 펴내게 될 새로운 초중등 역사교과서의 전체적인 방향과 기준을 정하는 작업이다. 올해 8월 최종 확정돼 2013학년도에 사용하는 교과서부터 적용된다. 새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왜곡 교과서의 시정이 이뤄질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그제 개최했다. 새 교과서에는 반드시 대한민국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역사가 담겨야 한다. 교과부가 이번에도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