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최고회의 도청의혹 반드시 진상 밝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 KBS 수신료 관련 내용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공개하며 질의한 것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도청 공방이 뜨겁다. 민주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녹취록이 유출됐을 리 없다면서 “명백한 도청”이라며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KBS 수신료 처리 합의를 파기한 민주당의 국면전환용”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를 도청한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면 야당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불법행위다. 반대로 민주당이 국면전환용으로 거짓 주장을 했다면 정치 신의의 파괴에 해당한다.

한 의원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 연석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한 의원은 “발언록을 보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지금부터 민주당 사람들이 총집결해야 한다. 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문제의 문건은 ‘민주당 연석회의 발언록’이라는 제목의 A4용지 7쪽짜리였다. 이 문건엔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KBS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에 합의해준 데 대해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를 일단 막으려는) 긴급피난적(緊急避難的) 조치”라고 해명한 내용도 들어 있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24일 오전에 발언할 때 문제의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록 유출은 없다”며 “1시간 정도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 서술어까지 메모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 의원은 “녹취록은 아니고 측근이 민주당으로부터 메모 형식으로 흘러나온 것을 정리한 발언록”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에 “도청 증거를 대라”고 요구했지만 수사력이 없는 민주당이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경찰은 예단(豫斷)없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해야 할 것이다. 2004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상임의장실에서 도청장치로 추정되는 녹음기가 발견돼 논란이 됐지만 한 지방언론사 기자가 취재 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된 적도 있다. 취재 목적으로 도청을 했더라도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취재윤리에 위배된다. 특히 이를 다른 당에 흘린 행위는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

한 의원은 문제의 메모를 갖고 있다면 공개하고 입수 경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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