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계와 정치권, 양쪽 다 자신부터 돌아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전국 71개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어제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마련과 감세(減稅) 기조 유지 등을 촉구하는 공동발표문을 내놓았다. 경북 구미에서 열린 전국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무상(無償)복지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손 회장은 당초 공식 인사말에 “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대학 반값 등록금은 사회보장이 잘된 선진국에서도 찾기 어렵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국민과 기업의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여야 정치권의 반발을 우려해 회의 직전 이 문구(文句)를 삭제했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법인세 감세 철회 기류를 비판했다. 전국 곳곳의 ‘풀뿌리 경제인’들을 대표하는 대한상의까지 비슷한 목소리를 낸 것은 최근 현실에 대한 경제계 전반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여야 의원들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비판한 허창수 회장을 성토하고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켜 발언의 배경을 따지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치권의 오만이다. 정치인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계의 우려가 국민적 공감대를 더 얻으려면 대기업들이 자성(自省)해야 할 점도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 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금액은 4월 말 현재 50조6860억 원으로 4년 전인 2007년 4월 말보다 148% 늘었다. 경제성장은 중요하지만 성장의 온기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수 집단에만 쏠리고, 다른 한편에 소외된 국민이 늘어난다면 사회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나친 양극화는 사회적 불만계층을 선동하는 좌우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를 키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일부 기업인의 비리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대기업의 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겉으로는 ‘윤리경영’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말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반(反)기업 정서 확산을 탓하기도 어렵다. 기업 총수들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대물림해 주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같은 각종 편법을 서슴지 않는 구태(舊態)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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