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윤신]휴대전화 뇌종양 발병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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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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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한양대 산업의학과 교수
김윤신 한양대 산업의학과 교수
지난달 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14개국 전문가 31명으로 구성된 실무그룹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뇌종양의 한 형태인 신경교종의 위험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가능한 모든 과학적 증거를 검토한 결과 휴대전화 사용을 인체 발암성 물질(그룹 2B)로 분류해야 한다고 밝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는 제한된 증거를 토대로 한 정보로서 휴대전화 사용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방송통신 및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양이 급격히 증가했고, 에너지가 낮은 비이온성 전자파의 생체 내 영향 가능성이 제기돼 전자파의 인체 영향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자체의 열이 인체 피부에 흡수됐을 때 발생하는 발열효과에 따른 인체 영향 가능성도 제기됐다. 휴대전화는 1980년대 초 소개된 이후 사용자가 급증해 현재 약 50억 명이 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휴대전화의 뇌종양 발병 위험과 관련해 지난 20년간 미국인 휴대전화 사용자 수와 사용시간은 무려 500배나 증가했지만 뇌종양 발병률은 1980년대 초 100만 명당 63명에서 2008년 65명으로 크게 늘지 않아 별 상관성이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사비츠 브라운대 전염병학과 교수는 휴대전화가 상용화된 지 20년에 지나지 않아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어 휴대전화가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열린 국제전자파생체학회(BEMS)에서도 휴대전화의 인체 영향 문제가 화제였다. 지난 한 해 발표된 휴대전화 관련 논문 43편 중 8편은 뇌종양 관련 연구였고 수면장애와 신경인식 관련 연구도 많았다.

국내에서도 휴대전화 사용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일부 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초등학생과 쓰지 않는 학생 사이에 청각 및 집중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수십 년간 휴대전화 사용에 노출될 어린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영향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 가까이 있는 생활용품이나 건축자재 중에 허와 실을 동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예로 금년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석면피해보상법은 석면 노출로 악성중피종, 폐암 등이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도 석면을 지난 수십 년간 사용하다가 국내에서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나온 2007년 이후 사회적 이슈가 돼 제정됐다. 석면이란 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된 후유증이 20∼30년 후 나타난 건강 영향에 대한 피해 보상이란 것을 고려하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가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휴대전화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 및 이동통신업체는 물론이고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는 장기적인 연구 조사를 통해 휴대전화 사용과 인체 영향이 무관하다는 것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로 인한 뇌종양을 포함한 건강 영향의 경우 일상적인 생활환경에서의 전자파에 의한 인체 유·무해의 결론에 도달하기에는 불충분한 상황이지만 휴대전화 방출 전자파에 대한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전자파에 적게 노출되는 방법을 찾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 위해성에 관한 충분한 정보 교환과 사회적 이해 및 합의를 통해 환경 친화적인 휴대전화 개발로 전자파를 감소시키는 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윤신 한양대 산업의학과 교수 yoonsh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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