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혜숙]교육 가치 보여준 주한미군의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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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교육연구소장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교육연구소장
온갖 사회문제와 얽혀 있고 정치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주제가 되고 있기도 한 교육, 대학 등록금과 구조조정, 유아교육비 지원, 무상급식, 입학사정관제 등 많은 교육문제가 시중의 논쟁거리로, 정치인들의 선거 호재로 등장하는 혼탁한 세상이다. 역설적으로 교육의 본령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나?

교육 관련 논쟁에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가 투입되는 것도 특이하거니와 고민이 온통 돈, 대학 입시, 경쟁, 평가뿐인 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다. 교육의 목적이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드는 것도, 재원을 어디에 얼마만큼 쓸까로 정치적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라는 데 매달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도둑맞으며 살고 있다. ‘공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나온다. 죽어라 공부하지 않으면, 그래서 친구를 제치고 경쟁에 이기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좋은 직업도, 사람대접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공부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 사회에 공부는 있지만 교육은 없다.

엊그제 작은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주한미군에게 대학 교육을 받도록 지원했더니 1년 사이 폭행 등 대인범죄는 3분의 1로, 성범죄와 약물 복용, 음주운전 등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정 부대에서 사단장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돼 주당 4시간 일찍 퇴근하게 배려하는 등으로 진행된 교육실험에 불과했지만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주었다.

교육에 대한 복잡한 정의는 잠시 제쳐 두고 개인적 측면에서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사회가 왜 교육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가를 짚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교육 목적은 크게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목적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 내재적 목적은 교육을 다른 것의 수단이 아닌 자체로서 의미 있다고 보는 것이고, 외재적 목적은 교육을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즉 대학 입학, 취업,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 두 목적은 각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서로 연계돼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개인이든 국가든 지나치게 외재적 목적에만 매달려 있는 점에서 절름발이 교육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기형적 속성은 내재적 목적 안에서도 발견된다. 교육은 무엇보다도 사람을 사람답게 변화시키는 것, 지(知)와 덕(德)과 체(體)를 육성, 배양하는 것이다. 불름 등 서양 학자들의 관점을 빌리면 인지적 목적, 정의적 목적, 운동기능적 목적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인지적 목적에만, 그것도 지식, 이해, 적용 같은 기본정신 기능을 목표로 목숨 걸고 경쟁하는 것이다. 분석, 종합, 평가 같은 고등정신 기능은 대학 교육에서조차 미약하기 그지없다.

초등학생들에게 언제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는지, 화를 내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답은 한결같이 성적이 잘 나왔을 때, 성적이 떨어졌을 때였다. 학교와 부모는 고등정신 기능의 계발,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 건강과 체력이라는 목적을 위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자기 침대를 정리할 줄 모르는 아이, 친구를 험담하는 아이의 문제에 눈감고 있지는 않는가?

주한미군의 변화 사례를 대학 교육의 필요성쯤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성인조차도 평생교육의 과정 속에서 사람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교육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해결 모색은 교육의 내재적이고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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