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재우]아직도 운전 중에 DMB 시청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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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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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주말이면 유명 관광지마다 행락객들로 북적거린다. 김모 씨 가족도 나들이에 나섰다. 가족 6명이 소형 승용차에 끼어 앉아 조금 불편하긴 해도 마냥 즐겁다. 주인을 몹시 따르는 귀여운 강아지는 운전하는 김 씨 품에 자리 잡았다. 새로 마련한 내비게이션에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기능이 있어 김 씨는 좋아하는 야구경기를 보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그런데 김 씨는 자신의 여러 행동이 범칙행위라는 사실을 알까? 도로교통법상 ‘승차인원 초과’는 6만 원, ‘동물을 안고 운전하는 행위’는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흔히 교통법규 위반이라고 하면 신호 위반, 과속, 음주운전 등을 떠올리는데 현행 도로교통법은 이런 행위를 포함해 약 70가지 범칙금 부과 대상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왜 김 씨의 운전 중 DMB 시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4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김 씨는 제49조 운전자 준수사항 중 하나인 ‘운전 중 DMB 시청 금지’ 위반이다. 그런데 이 위반행위에 대한 범칙금 부과 규정은 없다.

운전 중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빈틈없이 그물처럼 짜여야 할 도로상의 규칙에 허점이 생긴 것은 DMB 서비스가 시작된 2005년부터다. ‘손 안의 TV’로 불리는 DMB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 실시간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운전자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이는 무분별한 시청으로 이어져 사고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5505명) 중 ‘전방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망자(2997명)는 54.4%에 이른다.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 DMB 시청을 금하는 법적 장치가 없었다. 다행히 국회에서 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운전 중 DMB 시청 금지 규정을 신설해 DMB 시청의 위험성과 근절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위반 시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는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이 소기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입법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벌칙 규정을 두는 보완작업이 시급하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정보 전달 차원에서 휴대전화 및 차량용 DMB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데 자칫 운전 중에도 DMB 시청이 허용되는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

DMB의 올바른 사용을 국민의 자발적 의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도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운전 중 시청이 불가능하도록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즉, 주행 중에는 영상을 자동 차단하고 음성만 들리게 하는 방식이다. 이 기능은 자동차 출고 시 장착돼 나오는 DMB에 한해 적용되고 있는데 이마저 상당수 운전자가 임의로 기능을 해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모든 차량용 DMB에 대해 이런 안전기능을 적용토록 자동차 안전기준 및 자동차관리법 등에 명시하고 임의 해제 시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운전자의 안전 확보는 물론이고 재난방송 인프라로 DMB를 활용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상충되지 않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운전 중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내버스 운전사의 좌석 위에 이런 다짐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종종 본다. 대중교통을 안심하고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승객과의 소중한 약속이다.

운전자 자신과 가족, 동료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운전 중 DMB 시청은 이제 하지 말자. 그리고 이런 스티커로 붙이면 어떨까. ‘운전 중에는 DMB를 시청하지 않습니다.’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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