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표적지 빌미’ 도발 단호히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북한이 우리 군의 몇몇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 3대(代)의 얼굴 사진을 사격표적지로 사용한 것에 반발해 “전면 군사보복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북한 정권은 걸핏하면 군사보복을 들먹이는 집단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돌이켜 보더라도 저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다.

북한의 요즘 행보는 종잡을 수가 없다. 김정일은 지난달 중국 방문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그 발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명박 정부와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에 식량을 달라고 매달리는 절박한 처지에서 ‘전면 군사보복’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식량난과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초래된 국가위기를 맞아 중심을 못 잡고 예전보다 더 갈팡질팡하는 듯하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에 제 발로 나와 놓고 접촉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뒤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은 1일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적패당’ ‘역도(逆徒)’ ‘불한당’으로 불렀다. 우리 대통령과 동족을 향해 온갖 욕설과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우리 군 일각의 표적지 사용을 문제 삼고 있다.

북한은 내부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갈등 상황을 연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한을 향해 전면보복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행보는 내년 김일성 출생 100주년까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무력공격을 한다면 철저히 응징해 도발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천안함 연평도 때처럼 넋 놓고 있다가 당하는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 군은 김일성 일가 얼굴 표적지가 언론에 보도된 뒤 사용을 중단했다. 빈틈없는 대북(對北) 태세를 갖추되 비이성적인 집단에 대한 대응은 신중하고 치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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