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혜승]창의력 교육이 영재 교육?… 이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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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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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교육복지부
강혜승 교육복지부
“마을이 있어요.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 있고, 구름마다 줄이 매달려 있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 테네시대에서 세계창의력경진대회가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팀의 초등학교 교사는 창의력 교육의 효과를 묻는 기자에게 답변 대신 이렇게 되물었다. 교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국내 예선대회 문제였는데, 저희 팀 학생은 줄을 잡고 구름을 풍선처럼 끌고 다니겠다고 답변을 했어요. 저도 풀어봤는데 구름이 고정됐다고만 생각했지 움직일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기발하지 않나요?”

그는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발명반 지도교사. 수업을 진행할수록 학생의 사고 폭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는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인솔해 오느라 제 연차휴가를 모두 썼어요. 교육청에서 창의력대회를 출장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학교에서 아무런 지원을 못 받은 거죠.”

대회에 참여한 서울지역 교사들은 사비를 쓰고 휴가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평준화 교육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창의력대회를 특정 학생만을 위한 엘리트 교육으로 인식한 것이다.

실제로 대회에 참가한 300여 명의 한국팀 학생은 대부분 영재였다. 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특목고나 국제고 학생이 많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주로 과학반이나 발명반에서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이었다. 다양한 학생으로 구성된 해외 팀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중학교 교사는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일반 수업에서 창의력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반과 발명반 등 과학 영재반에서나 특화 교육이 가능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어고 교사 역시 “학부모도 학생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족집게식 수업을 선호한다”며 “외고 학생이 이런 대회에 참여하는 것도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해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준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풍토 때문에 국내 학교 현장에서는 창의력 교육이 공교육 범주를 벗어난 엘리트 교육으로 여겨진다. 창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대회를 주최한 창의력협회(DI)의 척 케이들 최고경영자(CEO)는 “학생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방식 자체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지 미국 교사들도 “자연현상을 설명할 때 ‘왜 그럴까’를 반복해 묻는다. 특별한 창의력 교육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창의력 교육이 영재 교육이라는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강혜승 교육복지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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